「한국 현대사진 스펙트럼은」2007년 개관하여 2018년까지 운영된 트렁크갤러리의 전시 히스토리를 통해 한국 현대사진사를 조명하는 책이다. 한국 사진계의 원로작가 박영숙 관장이 운영한 트렁크 갤러리는 12년간 100여회를 훌쩍 넘는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 사진 예술을 대중에게 소개해왔으며 이는 이 자체로 의미 있는 하나의 흐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흐름의 맥락을 시기별, 주제별로 정리하여 작품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한국 현대사진의 스펙트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Hexagon is casting a light upon the Korean modern photography with our new book 「SPECTRUM of Contemporary Photography in Korea」 written by Korean photographer Park, Young-Sook. Photography and articles were discovered across the exhibition history of Trunk Gallery run by the author, through 2007-2018 in Seoul.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12년 동안 운영하던 트렁크갤러리 문을 2018년 12월 31일 닫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갤러리 운영을 그만두기로 하고 그 정리단계로 어수선하던 11월 초 어느 날 헥사곤의 조대표가 조심스럽게 트렁크갤러리 12년을 책으로 출판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래서 깊이 생각했다. 그런데 트렁크갤러리의 짧은 역사를 스스로 자랑하는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진땀이 확 흘렀다. 내 자랑이나 하자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출판은 포기했다.
오사카 여행 중인데 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빗발쳤다. 5일의 일정을 끝내고 돌아와 무슨 이유로 그리 야단이었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대뜸 왜 헥사곤의 출판 제안을 거절했느냐고 다그치며 야단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다가 ‘부끄러워서’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에 친구는 그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트렁크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정말? 나는 그만 또 놀랬다. 내가 정말 트렁크를 내 것으로 생각했구나 싶었다. 말로는 늘상 ‘트렁크는 내 것이 아니야, 트렁크 것이지’라고 하면서도 실상은 트렁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 시작할 그때가 생각난다. 욕심을 갖지 않고 내가 살아가야 할 사진 ’터’만을 생각하며 그 터가 모두의 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부터 한 발짝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렀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겨우 한 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말이다.
또 한 친구의 말, “박영숙이 트렁크를 운영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이야 기적…”
서평
트렁크갤러리가 문을 닫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다. 문을 연 것이 2007년, 벌써 11년이 지났다. 박영숙 선생이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시작한 게 아득한 옛일 같기도 하고 엊그제 같기도 하다. 모든 기억이 그렇듯이 흐릿하고 희미하다. 단지 트렁크갤러리라는 작고 단단한 차돌 같은 이미지가 기억난다. 이층 올라 가던 나무 계단, 전시장 밖을 나서면 작은 옥상이 보였던가 아니던가?
이제 그 동네 자체가 바뀌어 다른 세상이 되었다. 한복 입은 중국, 아세안 관광객들을 보면 이곳이 그곳이던가 싶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기 전, 아트선재도 있기 전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게 거짓말이었던 것도 같다.
트렁크에서 두 번의 전시를 했다. 그 전시에 낸 작업은 아니지만 박영숙 선생이 고른 작품들을 만들던 시기가 트렁크의 전성기였던 듯싶다. 박영숙 선생은 특별히 “자개농”과 “빨래”를 주문했다. 두 작업 모두 원래는 은평 뉴타운을 찍기 위해 돌아다니다 건진 작업들이다. “자개농”은 눈에 띄는 대로 수집해 두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고, “빨래”는 철거되기 몇 달 전의 모습이다. 은평 뉴타운과 그 근처도 이제 다른 세상이 되었다. 개발, 개발, 개발이 이루어져 거대 쇼핑몰들이 들어오고 비닐 하우스 있던 곳에 고층 아파트가 줄줄이 늘어선 신도시가 되었다.
트렁크갤러리가 문을 닫는다. 왠지 트렁크 뚜껑을 닫는 기분이 든다. 박영숙 선생은 트렁크 뚜껑을 닫아 또 어디로 들고 가시려는지. 아마도 작업실로 가시겠지. 트렁크 뚜껑 다시 여시고 오래오래 열작 하시기를… ● 강홍구 / 사진작가
저자소개
박영숙
박영숙 작가는 한국의 사진작가이다. 작가는 여성이라는 주제를 키워드로 작업을 이어온 대표적인 페미니즘 미술가이다. 그녀 본인의 작업과 더불어 사진 전문 갤러리인 트렁크 갤러리를 2007년 개관하고 12년간 운영하며 한국 현대사진의 역사를 직접 조명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도서] 한국 현대사진 스펙트럼 / 박영숙
한국 현대사진 스펙트럼 / 박영숙
책 소개
「한국 현대사진 스펙트럼은」2007년 개관하여 2018년까지 운영된 트렁크갤러리의 전시 히스토리를 통해 한국 현대사진사를 조명하는 책이다. 한국 사진계의 원로작가 박영숙 관장이 운영한 트렁크 갤러리는 12년간 100여회를 훌쩍 넘는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 사진 예술을 대중에게 소개해왔으며 이는 이 자체로 의미 있는 하나의 흐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흐름의 맥락을 시기별, 주제별로 정리하여 작품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한국 현대사진의 스펙트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Hexagon is casting a light upon the Korean modern photography with our new book 「SPECTRUM of Contemporary Photography in Korea」 written by Korean photographer Park, Young-Sook. Photography and articles were discovered across the exhibition history of Trunk Gallery run by the author, through 2007-2018 in Seoul.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12년 동안 운영하던 트렁크갤러리 문을 2018년 12월 31일 닫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갤러리 운영을 그만두기로 하고 그 정리단계로 어수선하던 11월 초 어느 날 헥사곤의 조대표가 조심스럽게 트렁크갤러리 12년을 책으로 출판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래서 깊이 생각했다. 그런데 트렁크갤러리의 짧은 역사를 스스로 자랑하는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진땀이 확 흘렀다. 내 자랑이나 하자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출판은 포기했다.
오사카 여행 중인데 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빗발쳤다. 5일의 일정을 끝내고 돌아와 무슨 이유로 그리 야단이었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대뜸 왜 헥사곤의 출판 제안을 거절했느냐고 다그치며 야단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다가 ‘부끄러워서’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에 친구는 그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트렁크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정말? 나는 그만 또 놀랬다. 내가 정말 트렁크를 내 것으로 생각했구나 싶었다. 말로는 늘상 ‘트렁크는 내 것이 아니야, 트렁크 것이지’라고 하면서도 실상은 트렁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 시작할 그때가 생각난다. 욕심을 갖지 않고 내가 살아가야 할 사진 ’터’만을 생각하며 그 터가 모두의 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부터 한 발짝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렀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겨우 한 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말이다.
또 한 친구의 말, “박영숙이 트렁크를 운영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이야 기적…”
서평
트렁크갤러리가 문을 닫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다. 문을 연 것이 2007년, 벌써 11년이 지났다. 박영숙 선생이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시작한 게 아득한 옛일 같기도 하고 엊그제 같기도 하다. 모든 기억이 그렇듯이 흐릿하고 희미하다. 단지 트렁크갤러리라는 작고 단단한 차돌 같은 이미지가 기억난다. 이층 올라 가던 나무 계단, 전시장 밖을 나서면 작은 옥상이 보였던가 아니던가?
이제 그 동네 자체가 바뀌어 다른 세상이 되었다. 한복 입은 중국, 아세안 관광객들을 보면 이곳이 그곳이던가 싶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기 전, 아트선재도 있기 전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게 거짓말이었던 것도 같다.
트렁크에서 두 번의 전시를 했다. 그 전시에 낸 작업은 아니지만 박영숙 선생이 고른 작품들을 만들던 시기가 트렁크의 전성기였던 듯싶다. 박영숙 선생은 특별히 “자개농”과 “빨래”를 주문했다. 두 작업 모두 원래는 은평 뉴타운을 찍기 위해 돌아다니다 건진 작업들이다. “자개농”은 눈에 띄는 대로 수집해 두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고, “빨래”는 철거되기 몇 달 전의 모습이다. 은평 뉴타운과 그 근처도 이제 다른 세상이 되었다. 개발, 개발, 개발이 이루어져 거대 쇼핑몰들이 들어오고 비닐 하우스 있던 곳에 고층 아파트가 줄줄이 늘어선 신도시가 되었다.
트렁크갤러리가 문을 닫는다. 왠지 트렁크 뚜껑을 닫는 기분이 든다. 박영숙 선생은 트렁크 뚜껑을 닫아 또 어디로 들고 가시려는지. 아마도 작업실로 가시겠지. 트렁크 뚜껑 다시 여시고 오래오래 열작 하시기를… ● 강홍구 / 사진작가
저자소개
박영숙
박영숙 작가는 한국의 사진작가이다. 작가는 여성이라는 주제를 키워드로 작업을 이어온 대표적인 페미니즘 미술가이다. 그녀 본인의 작업과 더불어 사진 전문 갤러리인 트렁크 갤러리를 2007년 개관하고 12년간 운영하며 한국 현대사진의 역사를 직접 조명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ISBN : 97911-8968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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