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사곤과 아트스페이스3의 출판 프로젝트 세 번째 책, 두 번의 추상 전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젊은 작가들의 추상 작업을 소개한 두 번의 추상전 : 2019년 6월 전시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와 9월 전시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의 면면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전은 김겨울, 박성소영, 배헤윰, 이민정, 황수연 다섯 작가의 작업과 인터뷰, 대담을 담았고,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 전은 박형지, 성시경, 정현두, 한성우 4인의 작업과 인터뷰, 대담을 수록했습니다. 작가들의 작업과 전시 전경, 작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두 번의 전시를 각각 편집하여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서 함께 엮었습니다. 반대로 뒤집으면 또 다른 한 권의 책이 됩니다. 젊은 작가들의 추상 작업 세계에 대한 재미있는 한 권의 기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트스페이스3> 시리즈는 헥사곤의 새로운 기획시리즈로,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아트스페이스3과 협력하여 하나의 전시를 통째로 책에 담아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돈된 공간에 구성된 하나의 전시를 온전히 기록하여 아카이빙의 기능과 동시에 독자가 전시를 직접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The third book of Hexagon and ArtSpace3’s publishing project, is a book contains the collection of two abstract exhibitions. These exhibitions introduce abstract works of young artists. First one, titled ‘One seeing this also thinks that’ group exhibition of five artists : Kim Kyeo-wool, Hwang Su-yeon, Bae Hye-yume, ParkSung So-young, Lee Min-jung. Second exhibition ‘Your life is abstract’ was another group exhibition with four artists : Jung Hyun-doo, Sung Sikyung, Han Sungwoo, Park Hyungji. The book includes the interview, dialogues along with their works and installation view. Two exhibitions were merged in single book in opposite. If you flip it over, it is different book. We expect this book to be an interesting archive of abstract exhibitions.
– ArtSapce3 series is a collaboration project with ArtSpace3, one of the finest galleries located in Seoul. Hexagon is publishing the entire exhibition including artworks as well as installation views in this book in order to present an intact viewing experience for readers.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
두권의 책을 앞뒤로 이어 붙여 한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뒷면 표지 이미지
수록작품 : 박형지, 지구평면설 Oil on jute, 200x180cm 2019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1
자아와 대상과의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치더라도, 설령 그 틈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해도, 대상의 본질과 그 대상을 표현하는 자아를 옳게 표현하기엔 나의 능력으론 역부족 인가 봐. 어쩌면 이 또한 이론적으론 알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언제나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어.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대상과 자아, 언어와 표현,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와 틈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상 난 불가능하다 생각했으니까.
난 이 문제를 당신과 이야기하며 해소하고 싶어. 지금까지 내 생각은 그저 의식과 표현의 틈에서 발생하는 끊이지 않은 긴장 관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아닐까! 하고 가끔 공상해 보고 있지만 말이야.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까.
오후의 기온은 이미 초여름을 지난 것처럼 덥고, 길 위의 사람들은 쉼 없이 흘러가고, 아직 냉방기를 틀기에 이른 감이 있고, 카페에 있는 이들의 표정은 다양하고, 이곳은 모든 창문을 열어놓은 채 숨 쉬는 행위를 걱정하지만, 감겨져 버린 눈은 현실 기억 너머에 있지. / 강석호 (작가)
#2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 작가 대담 中
강석호: 그림 자체는 추상적으로 표현을 할 수 있는데, 내가 그 그림에서 느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섯 분에게 저도 질문을 드리는데, 본인이 보는 것을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 것인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민정: 제가 저의 화면을 봤을 때 뭐가 보이냐 하면 저와 유사성이 보이는 어떤 것을 보는 것 같아요. 나를 나누어 가지는 행위였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행위가.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나를 본다는 것.
김겨울: 아까 낮에 티비를 보면서 과자를 먹는데 이 과자 소리가 저에게 너무 크게 들리는 거예요. 옆에 티비를 같이 보고 있는 식구들에게 이 과자 소리가 들릴까? 들리면 얼마나 크게 들릴까? 어쩔 때는 이 씹고 있는 소리가 티비 소리를 먹어버려가지고 이게 나한테만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하는 질문들이 들었는데요. 이게 정확한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런 것들을 보는 것 같아요.
배헤윰: 머릿속에 시각화된 어떤 것을 떠올렸다면 그것이 외부에서 본 것일 수도 있고 실제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겠어요. 시지각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중에서 제가 기억하거나 외부에서 보지 않은 것을 구별하여 생각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결국엔 그 구별된 것들을 저는 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성소영: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사람 한두세명 정도 들어가는 식으로 그리는, 그렇지만 리얼하게 그리진 않는 일종의 구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다가 2010년쯤 넘어오면서 지루함을 느꼈어요. 그때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정말 진지하게 내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을 모색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상으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색채에 있어서도 남들이 쓰기 꺼려하거나, 두려워하는 것, 위험한 색을 찾았고요. 제가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 흥미를 못 느끼다 보니까 우주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이 있고, 굳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지금의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황수연: 저는 먹을 때 작업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작업에서 무의식적으로 동식물 이미지가 많이 나오는 것도 매일 동식물을 먹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바스러진 것들이 몸에 들어와서 그런 형상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음식이 나올 때 유심히 많이 보는 편입니다.
서평
그림이 가시적인 대상을 지시하지 않을 때 관람자인 나는 무엇을 보는가? 이러한 그림들 앞에서 ‘좋다’라고 느꼈을 때 나 역시 대부분 내가 본 것에 대한 감흥의 원천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명확한 정보를 전하지 않는 이러한 그림들 앞에서, 관람자로서의 내가 느끼는 시각적 쾌감이나 감각적인 충만함, 혹은 보다 심원한 곳을 건드리는 정신적 자극의 갈래들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한지도 모르겠다.
초기 추상미술의 많은 작가들은 대상을 떠나는 그림들을 그리면서, 자신의 작품들을 ‘새로운 리얼리즘’으로 천명했다. 비재현적인 추상미술이 현실을 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작업을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실상 이처럼 대상을 떠난 추상적인 그림들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운동감이나 소리를 연상시키는 리듬감처럼 대상에 대한 공감각적 경험을 수용하며 유클리드 기하학의 좌표 안에 대상의 물리적 윤곽을 포획하는 방식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행했던 추상미술 역시 신체적 감각이 체현된 붓질을 통해 대상 그 자체보다 더 본질적인 삶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자 했다. 결국 작가가 자신에게 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그림의 형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 이은주 (독립기획자, 미술사가)
목차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당신에게
TO YOU
그것들의 모양, 공기, 리듬
Their Forms, Air, Rhythms
작가 인터뷰
작가와의 대화
작가 소개
기획자 소개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
불확정적인 것들이 붓질이 되는 순간
The Moment the indefinite turns into brush strokes
당신이 현실을 묻는다면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If you ask me what the reality is, I will say I don’t know
작가 인터뷰
작가와의 대화
작가 소개
기획자 소개
저자소개
김겨울은 뉴욕의 School of Visual Arts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18년 위켄드(Weekend)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드로잉의 무게》(2018, 갤러리9P), 《00min 00sec Vol. 2》(2019, 신촌극장)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박성소영은 2009년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다니엘 리히터 교수의 마이스터슐러로 졸업 후, 한국과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ESMoA 뮤지움(2016, 캘리포니아, 미국) 등 독일과 미국에서 1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18년 서울의 합정지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배헤윰은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예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독일 바우하우스 대학교 연구프로그램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2016, 서울)과 OCI 미술관(2017, 서울) 등에서 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현재 금천예술공장의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민정은 계원조형예술대학교와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06년 인사미술공간의 제2회 《인미공열전》에 참여했다. 신한갤러리(2012, 서울), 175갤러리(2016, 서울)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황수연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금호미술관(2017, 서울), 두산갤러리(2019, 서울) 등에서 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제19회 《젊은 모색》전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박형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를 졸업한 후 런던예술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칼리지 석사를 졸업했다. 하이트콜렉션의 《올오버》 전(서울, 2018) 등에 참여했으며, 갤러리175(서울, 2012), 소피스갤러리(서울, 2019)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성시경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룹전으로 원앤제이갤러리의 《룰즈》(서울, 2016)에 참여했다. 첫 개인전 《EXIT EXIT》를 공간 형과 SHIFT(서울, 2019)에서 개최했다.
정현두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겸재정선미술관의 《내일의 작가》 전(서울, 2016) 등에 참여했고, 위켄드(서울, 2018), 스페이스윌링앤딜링(서울, 2019) 등에서 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한성우는 고려대학교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2017년 청주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아마도예술공간의 《표면 위 수면 아래》 전(서울, 2016) 등에 참여했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서울, 2013), A-라운지(서울, 2017)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기획자 소개
강석호는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했다. 회화 작가로서 페리지갤러리(2017, 서울), 미메시스아트뮤지엄(2015, 파주), 브레인팩토리(2008,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기획자로서 《한국의 그림 : 매너에 관하여》(하이트콜렉션, 2012), 《유토피아》(금호미술관, 2008),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금호미술관, 2019)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은주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미술사학과 석박사를 졸업했다. 브레인팩토리의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인사미술공간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신진작가 수첩》, 《인미공열전》을 기획했으며, 현대미술사 연구와 독립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전시로 《Dialogue》(2018, 예술공간 수애뇨339), 《상상의 통로》(2018, 민통선 내 연강갤러리), 《DMZ 평화정거장》(2019, 파주 캠프그리브스)를 기획했다.
[도서]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 / 아트스페이스3 #3
바로 구매하기
예스24 / 교보문고 / 알라딘 / 도서11번가 / 인터파크도서 / 영풍문고 / 반디앤루니스
책 소개
헥사곤과 아트스페이스3의 출판 프로젝트 세 번째 책, 두 번의 추상 전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젊은 작가들의 추상 작업을 소개한 두 번의 추상전 : 2019년 6월 전시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와 9월 전시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의 면면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전은 김겨울, 박성소영, 배헤윰, 이민정, 황수연 다섯 작가의 작업과 인터뷰, 대담을 담았고,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 전은 박형지, 성시경, 정현두, 한성우 4인의 작업과 인터뷰, 대담을 수록했습니다. 작가들의 작업과 전시 전경, 작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두 번의 전시를 각각 편집하여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서 함께 엮었습니다. 반대로 뒤집으면 또 다른 한 권의 책이 됩니다. 젊은 작가들의 추상 작업 세계에 대한 재미있는 한 권의 기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트스페이스3> 시리즈는 헥사곤의 새로운 기획시리즈로,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아트스페이스3과 협력하여 하나의 전시를 통째로 책에 담아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돈된 공간에 구성된 하나의 전시를 온전히 기록하여 아카이빙의 기능과 동시에 독자가 전시를 직접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The third book of Hexagon and ArtSpace3’s publishing project, is a book contains the collection of two abstract exhibitions. These exhibitions introduce abstract works of young artists. First one, titled ‘One seeing this also thinks that’ group exhibition of five artists : Kim Kyeo-wool, Hwang Su-yeon, Bae Hye-yume, ParkSung So-young, Lee Min-jung. Second exhibition ‘Your life is abstract’ was another group exhibition with four artists : Jung Hyun-doo, Sung Sikyung, Han Sungwoo, Park Hyungji. The book includes the interview, dialogues along with their works and installation view. Two exhibitions were merged in single book in opposite. If you flip it over, it is different book. We expect this book to be an interesting archive of abstract exhibitions.
– ArtSapce3 series is a collaboration project with ArtSpace3, one of the finest galleries located in Seoul. Hexagon is publishing the entire exhibition including artworks as well as installation views in this book in order to present an intact viewing experience for readers.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1
자아와 대상과의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치더라도, 설령 그 틈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해도, 대상의 본질과 그 대상을 표현하는 자아를 옳게 표현하기엔 나의 능력으론 역부족 인가 봐. 어쩌면 이 또한 이론적으론 알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언제나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어.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대상과 자아, 언어와 표현,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와 틈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상 난 불가능하다 생각했으니까.
난 이 문제를 당신과 이야기하며 해소하고 싶어. 지금까지 내 생각은 그저 의식과 표현의 틈에서 발생하는 끊이지 않은 긴장 관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아닐까! 하고 가끔 공상해 보고 있지만 말이야.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까.
오후의 기온은 이미 초여름을 지난 것처럼 덥고, 길 위의 사람들은 쉼 없이 흘러가고, 아직 냉방기를 틀기에 이른 감이 있고, 카페에 있는 이들의 표정은 다양하고, 이곳은 모든 창문을 열어놓은 채 숨 쉬는 행위를 걱정하지만, 감겨져 버린 눈은 현실 기억 너머에 있지. / 강석호 (작가)
#2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 작가 대담 中
강석호: 그림 자체는 추상적으로 표현을 할 수 있는데, 내가 그 그림에서 느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섯 분에게 저도 질문을 드리는데, 본인이 보는 것을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 것인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민정: 제가 저의 화면을 봤을 때 뭐가 보이냐 하면 저와 유사성이 보이는 어떤 것을 보는 것 같아요. 나를 나누어 가지는 행위였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행위가.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나를 본다는 것.
김겨울: 아까 낮에 티비를 보면서 과자를 먹는데 이 과자 소리가 저에게 너무 크게 들리는 거예요. 옆에 티비를 같이 보고 있는 식구들에게 이 과자 소리가 들릴까? 들리면 얼마나 크게 들릴까? 어쩔 때는 이 씹고 있는 소리가 티비 소리를 먹어버려가지고 이게 나한테만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하는 질문들이 들었는데요. 이게 정확한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런 것들을 보는 것 같아요.
배헤윰: 머릿속에 시각화된 어떤 것을 떠올렸다면 그것이 외부에서 본 것일 수도 있고 실제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겠어요. 시지각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중에서 제가 기억하거나 외부에서 보지 않은 것을 구별하여 생각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결국엔 그 구별된 것들을 저는 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성소영: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사람 한두세명 정도 들어가는 식으로 그리는, 그렇지만 리얼하게 그리진 않는 일종의 구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다가 2010년쯤 넘어오면서 지루함을 느꼈어요. 그때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정말 진지하게 내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을 모색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상으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색채에 있어서도 남들이 쓰기 꺼려하거나, 두려워하는 것, 위험한 색을 찾았고요. 제가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 흥미를 못 느끼다 보니까 우주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이 있고, 굳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지금의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황수연: 저는 먹을 때 작업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작업에서 무의식적으로 동식물 이미지가 많이 나오는 것도 매일 동식물을 먹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바스러진 것들이 몸에 들어와서 그런 형상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음식이 나올 때 유심히 많이 보는 편입니다.
서평
그림이 가시적인 대상을 지시하지 않을 때 관람자인 나는 무엇을 보는가? 이러한 그림들 앞에서 ‘좋다’라고 느꼈을 때 나 역시 대부분 내가 본 것에 대한 감흥의 원천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명확한 정보를 전하지 않는 이러한 그림들 앞에서, 관람자로서의 내가 느끼는 시각적 쾌감이나 감각적인 충만함, 혹은 보다 심원한 곳을 건드리는 정신적 자극의 갈래들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한지도 모르겠다.
초기 추상미술의 많은 작가들은 대상을 떠나는 그림들을 그리면서, 자신의 작품들을 ‘새로운 리얼리즘’으로 천명했다. 비재현적인 추상미술이 현실을 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작업을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실상 이처럼 대상을 떠난 추상적인 그림들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운동감이나 소리를 연상시키는 리듬감처럼 대상에 대한 공감각적 경험을 수용하며 유클리드 기하학의 좌표 안에 대상의 물리적 윤곽을 포획하는 방식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행했던 추상미술 역시 신체적 감각이 체현된 붓질을 통해 대상 그 자체보다 더 본질적인 삶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자 했다. 결국 작가가 자신에게 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그림의 형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 이은주 (독립기획자, 미술사가)
목차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
당신에게
TO YOU
그것들의 모양, 공기, 리듬
Their Forms, Air, Rhythms
작가 인터뷰
작가와의 대화
작가 소개
기획자 소개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
불확정적인 것들이 붓질이 되는 순간
The Moment the indefinite turns into brush strokes
당신이 현실을 묻는다면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If you ask me what the reality is, I will say I don’t know
작가 인터뷰
작가와의 대화
작가 소개
기획자 소개
저자소개
김겨울은 뉴욕의 School of Visual Arts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18년 위켄드(Weekend)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드로잉의 무게》(2018, 갤러리9P), 《00min 00sec Vol. 2》(2019, 신촌극장)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박성소영은 2009년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다니엘 리히터 교수의 마이스터슐러로 졸업 후, 한국과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ESMoA 뮤지움(2016, 캘리포니아, 미국) 등 독일과 미국에서 1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18년 서울의 합정지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배헤윰은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예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독일 바우하우스 대학교 연구프로그램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2016, 서울)과 OCI 미술관(2017, 서울) 등에서 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현재 금천예술공장의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민정은 계원조형예술대학교와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06년 인사미술공간의 제2회 《인미공열전》에 참여했다. 신한갤러리(2012, 서울), 175갤러리(2016, 서울)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황수연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금호미술관(2017, 서울), 두산갤러리(2019, 서울) 등에서 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제19회 《젊은 모색》전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박형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를 졸업한 후 런던예술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칼리지 석사를 졸업했다. 하이트콜렉션의 《올오버》 전(서울, 2018) 등에 참여했으며, 갤러리175(서울, 2012), 소피스갤러리(서울, 2019)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성시경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룹전으로 원앤제이갤러리의 《룰즈》(서울, 2016)에 참여했다. 첫 개인전 《EXIT EXIT》를 공간 형과 SHIFT(서울, 2019)에서 개최했다.
정현두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겸재정선미술관의 《내일의 작가》 전(서울, 2016) 등에 참여했고, 위켄드(서울, 2018), 스페이스윌링앤딜링(서울, 2019) 등에서 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한성우는 고려대학교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2017년 청주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아마도예술공간의 《표면 위 수면 아래》 전(서울, 2016) 등에 참여했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서울, 2013), A-라운지(서울, 2017) 등에서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기획자 소개
강석호는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했다. 회화 작가로서 페리지갤러리(2017, 서울), 미메시스아트뮤지엄(2015, 파주), 브레인팩토리(2008,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기획자로서 《한국의 그림 : 매너에 관하여》(하이트콜렉션, 2012), 《유토피아》(금호미술관, 2008),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금호미술관, 2019)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은주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미술사학과 석박사를 졸업했다. 브레인팩토리의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인사미술공간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신진작가 수첩》, 《인미공열전》을 기획했으며, 현대미술사 연구와 독립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전시로 《Dialogue》(2018, 예술공간 수애뇨339), 《상상의 통로》(2018, 민통선 내 연강갤러리), 《DMZ 평화정거장》(2019, 파주 캠프그리브스)를 기획했다.
책 미리보기
ISBN : 97911-8968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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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모바일 게임 업체의 현직 개발 팀장인 저자가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는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는 노하우를 아주 쉽게 정리했습니다.
[도서] 공공미술로 읽는 베트남 사회와 문화 / 한국국제교류재단·조관용·김최은영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지난 2016년과 2018년에 시행한 공공미술 국제교류 프로젝트, 베트남 벽화사업의 기록입니다.
[도서] 안혜경 / 한국현대미술선 46
헥사곤 한국현대미술선 마흔 여섯 번째, 안혜경 작가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헥사곤은 작가의 초기 추상부터 보다 굵고 명쾌한 선으로 일상적 풍경을 그려낸 근작을 정리하여 수록하였습니다. 쉽고 직관적인 주제로 풀어내는 자연의 이야기를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도서] 별 내리는 섬, 백령도 / 최정숙
헥사곤 파인아트컬렉션 열아홉 번째 책은 최정숙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백령도의 풍경은 그녀의 삶과 가치가 투영되어 색색을 담은 풍경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