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선」제 28권『이만수』.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 땅위의 인간, 혹은 인간의 삶과 세계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 이만수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 보다는 뒤로 한걸음 물러난 관조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우리가 치열한 삶의 땀 냄새보다는 어쩔 수 없는 기다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After quite long time, our signature legacy series returns! New books from Korean Contemporary Art Book series are upcoming in earnest.
‘Korean Contemporary Art Book 28 Lee, Man-Soo Revised Edition’ now available to meet you. Also please look forward to upcoming new art books that will be published soon.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작가의 그림은 감각적 현실을 재현한 것이기보다는 관념적 현실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했다. 마당이며 장이며 평면적 조건으로서 배경을 대신한 것이나, 쓸고 닦고 씻어내는 방법론에다가 자기수양이며 수신의 관념적 의미 내지 실천논리를 일치시킨 것이 그렇다. 이처럼 관념적인 그림은 상대적으로 상징이며 표상형식이 강한 편이다.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상징으로는 대개는 화면의 정중앙에 위치한 큰 물방울과 원형을 들 수가 있겠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물방울은 사람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을 상징한다고 했다. 삶의 희로애락을 압축해놓은 상징이다. 그리고 그 상징적 의미는 작가의 그림을 시종 뒷받침해온 산조의 주제의식과도 통한다. 산조 곧 노랫가락이란 것이 원래 삶의 희로애락을 녹여낸 것이 아닌가. 그리고 원형은 완전하고 온전한 삶의 지향을 상징하고, 반복 순환하는 존재의 원리(비의?)를 상징한다. 알다시피 원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밑도 없고 위도 없다.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운동이 있지만 방향도 없다. 다만 끊임없이 연이어지면서 되돌려지는 과정이 있을 뿐. 아마도 그렇게 연이어지면서 되돌려지는 원주는 이렇듯 반복 순환되는 존재와 더불어 윤회하는 존재도 의미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억만 겁의 원주 위에 잠시 잠깐 등록되어졌다가 삭제되는 찰나적인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고충환 / 미술평론가
푸르른 날1845 130×162cm 캔버스에 채색 2018
무외1848 227×181cm 캔버스에 채색 2018
서평
작가의 작품세계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 땅위의 인간, 혹은 인간의 삶과 세계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초기작품은 “대상의 객관적 묘사보다는 주관적 묘사를 더 중시하면서 자유로운 형상의 변형과 해석, 거침없는 붓의 운용, 인위적인 화면구성, 창조적인 색의 배합”(서성록)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리고 일그러지고 도치된 인간의 모습을 통하여 인간의 존재와 현실적 고뇌, 타인과의 단절과 소외 등을 효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작품 전반에서 배어나오고 있는 정체모를 어두움이 그의 내용적 특징일 것이다. 마치 오늘의 현실을 전망부재, 희망상실 쯤의 상황으로 간주하는 듯한 그의 작품에서의 어두움은 다분히 염세적이다.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 보다는 뒤로 한걸음 물러난 관조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우리가 치열한 삶의 땀 냄새보다는 어쩔 수 없는 기다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직유보다는 은유와 상징적인 수단을 통한 그의 작품들은 보여짐과 동시에 읽혀져야 할 내용들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김상철).
근래에는 소외되고 헐벗은 인간들을 표현한 초기의 작품들과는 대조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결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현실과 삶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 그 어두움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너무나 연약한 일개의 예술가로서 주목한 것은 그 어두움의 이면, 즉 어두움과 허무를 감싸고 있는 밝음 혹은 어쩔 수 없는 긍정과 위안의 영역이다. 존재로부터 관계로 관심의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어두움과 허무의 현실로부터 살짝 비켜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이것은 도피나 후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으며, 현실속의 모든 존재들은 끝없는 욕망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오직 인간만이 이런 상황 속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여유와 균형을 가지기 위해 자연을 음미하고 자신과 사물들의 관계에 대해 기억하며 사유하곤 한다. 이 또한 하나의 냉엄한 현실이다)
작품을 통해 그는 삶의 주변에 흩어져있는 사물과 자연에 스며있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특히 마당(場)을 매개로 하여 이들 사이사이에 맺혀 있는 삶의 기억과 모습들을 감성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일렁이는 숲과 그림자들, 순례자들처럼 이곳을 통로로 하여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과 사물들. 이 모든 것들의 흔적들은 리듬처럼 울려 퍼지고, 마당에 겹겹이 퇴적되어 있다.
마당을 쓸거나 혹은 무엇인가를 씻어 낸다는 것은 그 속에 묻혀 있는 흔적과 사연들을 불러내고 현재의 삶을 사유하는 일종의 내면적 행위이다. 이러한 생각은 칠하고 파내고, 다시 메우고, 씻어내는 작업과정(도자기의 상감기법을 활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그림은 “개인적인 사연과 서사를 적극적으로 담아낸 그림”(박영택)이며 “그 실체가 손에 잡히는 모티브들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평면적이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정경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어떤 감각적 실재로서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가 않다. 그러므로 현실을 재현한 공간이기보다는 작가의 관념에 의해 재구성해내는 일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재구성된 작가의 관념을 읽어내는 일이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고충환).
그것은 우리들 현실의 삶 속에서 느끼게 되는 불안과 허무에 대한 위안이며 그리고 욕망으로 인한 집착과 긴장에 대한 이완의 세계인 것이다.
저자소개
이만수
1961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관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지까지 열여덟 번의 개인전과 ‘지금 여기’(포항시립미술관), ‘탄생’(양평군립미술관), ‘힘있는 강원’(국립춘천박물관), ‘우리안의 신화’(토탈미술관),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그리스 화필기행’(사비나미술관) ‘고전의 지혜-현대인의 삶’(공평아트센터), ‘한국화의 오늘과 내일’ 97(워커힐미술관). ‘대상수상작가전’(국립현대미술관), ‘한국화 위상과 전망’(대전시립미술관), ‘현대한국 회화’(호암갤러리), ‘전환시대미술의 지평’(금호미술관) ‘90젊은모색’(국립현대미술관)등에 출품하였고, 이외에 많은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도서] 이만수 / 한국현대미술선 028 (개정판)
이만수 (한국현대미술선 28) 개정판 / 이만수
책 소개
「한국현대미술선」제 28권『이만수』.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 땅위의 인간, 혹은 인간의 삶과 세계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 이만수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 보다는 뒤로 한걸음 물러난 관조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우리가 치열한 삶의 땀 냄새보다는 어쩔 수 없는 기다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After quite long time, our signature legacy series returns! New books from Korean Contemporary Art Book series are upcoming in earnest.
‘Korean Contemporary Art Book 28 Lee, Man-Soo Revised Edition’ now available to meet you. Also please look forward to upcoming new art books that will be published soon.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작가의 그림은 감각적 현실을 재현한 것이기보다는 관념적 현실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했다. 마당이며 장이며 평면적 조건으로서 배경을 대신한 것이나, 쓸고 닦고 씻어내는 방법론에다가 자기수양이며 수신의 관념적 의미 내지 실천논리를 일치시킨 것이 그렇다. 이처럼 관념적인 그림은 상대적으로 상징이며 표상형식이 강한 편이다.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상징으로는 대개는 화면의 정중앙에 위치한 큰 물방울과 원형을 들 수가 있겠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물방울은 사람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을 상징한다고 했다. 삶의 희로애락을 압축해놓은 상징이다. 그리고 그 상징적 의미는 작가의 그림을 시종 뒷받침해온 산조의 주제의식과도 통한다. 산조 곧 노랫가락이란 것이 원래 삶의 희로애락을 녹여낸 것이 아닌가. 그리고 원형은 완전하고 온전한 삶의 지향을 상징하고, 반복 순환하는 존재의 원리(비의?)를 상징한다. 알다시피 원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밑도 없고 위도 없다.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운동이 있지만 방향도 없다. 다만 끊임없이 연이어지면서 되돌려지는 과정이 있을 뿐. 아마도 그렇게 연이어지면서 되돌려지는 원주는 이렇듯 반복 순환되는 존재와 더불어 윤회하는 존재도 의미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억만 겁의 원주 위에 잠시 잠깐 등록되어졌다가 삭제되는 찰나적인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고충환 / 미술평론가
서평
작가의 작품세계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 땅위의 인간, 혹은 인간의 삶과 세계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초기작품은 “대상의 객관적 묘사보다는 주관적 묘사를 더 중시하면서 자유로운 형상의 변형과 해석, 거침없는 붓의 운용, 인위적인 화면구성, 창조적인 색의 배합”(서성록)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리고 일그러지고 도치된 인간의 모습을 통하여 인간의 존재와 현실적 고뇌, 타인과의 단절과 소외 등을 효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작품 전반에서 배어나오고 있는 정체모를 어두움이 그의 내용적 특징일 것이다. 마치 오늘의 현실을 전망부재, 희망상실 쯤의 상황으로 간주하는 듯한 그의 작품에서의 어두움은 다분히 염세적이다.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 보다는 뒤로 한걸음 물러난 관조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우리가 치열한 삶의 땀 냄새보다는 어쩔 수 없는 기다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직유보다는 은유와 상징적인 수단을 통한 그의 작품들은 보여짐과 동시에 읽혀져야 할 내용들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김상철).
근래에는 소외되고 헐벗은 인간들을 표현한 초기의 작품들과는 대조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결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현실과 삶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 그 어두움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너무나 연약한 일개의 예술가로서 주목한 것은 그 어두움의 이면, 즉 어두움과 허무를 감싸고 있는 밝음 혹은 어쩔 수 없는 긍정과 위안의 영역이다. 존재로부터 관계로 관심의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어두움과 허무의 현실로부터 살짝 비켜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이것은 도피나 후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으며, 현실속의 모든 존재들은 끝없는 욕망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오직 인간만이 이런 상황 속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여유와 균형을 가지기 위해 자연을 음미하고 자신과 사물들의 관계에 대해 기억하며 사유하곤 한다. 이 또한 하나의 냉엄한 현실이다)
작품을 통해 그는 삶의 주변에 흩어져있는 사물과 자연에 스며있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특히 마당(場)을 매개로 하여 이들 사이사이에 맺혀 있는 삶의 기억과 모습들을 감성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일렁이는 숲과 그림자들, 순례자들처럼 이곳을 통로로 하여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과 사물들. 이 모든 것들의 흔적들은 리듬처럼 울려 퍼지고, 마당에 겹겹이 퇴적되어 있다.
마당을 쓸거나 혹은 무엇인가를 씻어 낸다는 것은 그 속에 묻혀 있는 흔적과 사연들을 불러내고 현재의 삶을 사유하는 일종의 내면적 행위이다. 이러한 생각은 칠하고 파내고, 다시 메우고, 씻어내는 작업과정(도자기의 상감기법을 활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그림은 “개인적인 사연과 서사를 적극적으로 담아낸 그림”(박영택)이며 “그 실체가 손에 잡히는 모티브들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평면적이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정경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어떤 감각적 실재로서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가 않다. 그러므로 현실을 재현한 공간이기보다는 작가의 관념에 의해 재구성해내는 일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재구성된 작가의 관념을 읽어내는 일이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고충환).
그것은 우리들 현실의 삶 속에서 느끼게 되는 불안과 허무에 대한 위안이며 그리고 욕망으로 인한 집착과 긴장에 대한 이완의 세계인 것이다.
저자소개
1961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관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지까지 열여덟 번의 개인전과 ‘지금 여기’(포항시립미술관), ‘탄생’(양평군립미술관), ‘힘있는 강원’(국립춘천박물관), ‘우리안의 신화’(토탈미술관),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그리스 화필기행’(사비나미술관) ‘고전의 지혜-현대인의 삶’(공평아트센터), ‘한국화의 오늘과 내일’ 97(워커힐미술관). ‘대상수상작가전’(국립현대미술관), ‘한국화 위상과 전망’(대전시립미술관), ‘현대한국 회화’(호암갤러리), ‘전환시대미술의 지평’(금호미술관) ‘90젊은모색’(국립현대미술관)등에 출품하였고, 이외에 많은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ISBN 979-11-89688-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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