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라 / 한국현대미술선 062

원래 가격: ₩22,000.현재 가격: ₩19,800.

[시리즈] 한국현대미술선 062

저자
김희라

이 책은 섬유예술가 김희라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24년까지 천과 실, 바느질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펼쳐 온 작업 세계를 집대성한 기록입니다. 단순히 작품 도판을 나열한 화집이 아니라, 대전 대흥동 ‘동양장’이라는 낡은 여관 건물 1층에 작업실을 차리고 여관까지 운영하며 작업해 온 독특한 삶의 궤적과, 결혼과 육아, 부친의 병환 등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사유를 오롯이 담아냈습니다. 독자들은 ‘가짜 휴지’를 천으로 정교하게 만들어 화장실에 걸어두거나, 식탁 의자에 걸쳐놓은 옷을 그대로 바느질로 박아버리는 기발하고 유쾌한 발상이 어떻게 여성의 일상적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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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일상의 바느질로 관습을 꿰뚫다: 섬유예술가 김희라의 발칙한 기록

이 책은 섬유예술가 김희라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24년까지 천과 실, 바느질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펼쳐 온 작업 세계를 집대성한 기록입니다. 단순히 작품 도판을 나열한 화집이 아니라, 대전 대흥동 ‘동양장’이라는 낡은 여관 건물 1층에 작업실을 차리고 여관까지 운영하며 작업해 온 독특한 삶의 궤적과, 결혼과 육아, 부친의 병환 등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사유를 오롯이 담아냈습니다. 독자들은 ‘가짜 휴지’를 천으로 정교하게 만들어 화장실에 걸어두거나, 식탁 의자에 걸쳐놓은 옷을 그대로 바느질로 박아버리는 기발하고 유쾌한 발상이 어떻게 여성의 일상적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책에는 심소미, 김건희, 이윤희, 김종길, 홍명섭, 이선영, 조혜령 등 7인의 비평가와 협업 작가가 쓴 비평 텍스트가 실려 있어, 김희라의 작업을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를 제공합니다. 심소미는 그녀의 작업이 공예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적/공적 영역을 유연하게 가로지르는 ‘전술’임을 포착하고, 이윤희는 동양장 작업실 곳곳에 숨겨진 ‘어처구니없는 매력’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또한 홍명섭과의 협업 작품을 통해서는 봉제 행위의 양가성—생산과 가학, 치유와 고통—을 탐구하며 예술적 지평을 확장합니다. <울퉁불퉁한 시간>, <참아내는 무늬>, <동양장>, <틈×틀×협업>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깊어지는 작가의 사유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여성 예술가의 일상이 어떻게 예술의 원천이 되는지, 그리고 섬유라는 전통적 ‘여성’ 매체가 어떻게 동시대 미술의 강력한 언어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웅변합니다. 김희라의 작업은 기존의 양식을 반복하지 않고, 떠오른 생각을 즉각 실행하며, 완성된 작품을 다시 만들지 않는 ‘일회성’과 ‘속도’를 특징으로 합니다. 그의 작품 앞에서 독자들은 관습적 사고를 뒤집는 유머와 일상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라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예술이 거창한 메시지나 완결된 형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틀며 웃음 짓는 ‘혼잣말’로부터 시작됨을 깨닫게 됩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비평 텍스트 ‘어수선한 공간침입자의 통쾌한 거주’ 중에서 / 심소미]

공예를 전공하고 90년 초부터 활동해 온 김희라는 애초부터 공예의 방향과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손에 실을 붙잡고 있는 작가에게 있어 공예는 작업의 출발점이자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의 대상이다. 하지만 미술, 공예, 디자인이라는 경계가 서로 얽히고 모호해지고 있는 동시대 동향 속에서 그를 공예 작가인지 미술 작가로 구분하려고 드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것이다. 동시대 미술의 혼성적 흐름에 앞서 이미 그의 초기 작업에서는 그 경계가 과감하게 허물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여성 작가가 결혼하고 출산, 양육을 하며 작가로서 자신만의 상황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작가, 아내, 엄마, 며느리 등 역할이 분화된 만큼 여성의 시공간도 조각조각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김희라의 작업적 변천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 기존에 재봉질을 이용한 방식과 다르게 손바느질을 이용한 작업이 중심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초기 작업이 공예다움을 탈피하기 위해 독립적 구조를 갖춰나가며 존재감을 부각했다면, 2000년 초부터는 손바느질로 제작한 수공예 작업이 소품, 드로잉, 텍스트에 걸쳐 평면/입체를 구분치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된다.

김희라 작가는 일찍이 30년 가까이 온갖 천 쪼가리들을 자르고 찢고 오려내고 풀고 당겨 붙이고 다리고 꿰매는데 기본적으로 바늘, 칼, 가위 등의 도구를 가지고 시작했다. 나는 여기서 고문 도구 사용 기제의 양가성을 본다. 석기시대부터 내려온 물고기 뼈바늘/칼과 같은 인류 생존의 도구들이 그대로 고문/살육의 도구이기도 한 양가성의 삶의 양식. 무수한 스침에 통증을 느끼는 연약한 살은 굳은 갑옷을 빚어낸다.

서평

속지 말고, 다시 보고, 크게 웃으라: 일상을 뒤집는 섬유예술의 통쾌한 반란

화장실에서 휴지를 뽑다가 그것이 천으로 만든 가짜임을 깨닫는 순간의 당혹감, 식탁 의자에 걸쳐놓은 옷이 바느질로 박혀 있어 떼어낼 수 없음을 발견하는 순간의 황당함—김희라의 작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의 사물과 행위에 교묘한 함정을 파놓습니다. 그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분노하거나 불편해하는 대신,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이 책은 그러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일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어떻게 한 작가의 예술적 정체성을 만들어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독자들은 대전 대흥동 ‘동양장’이라는 낡은 여관 1층 작업실에 빼곡히 쌓인 작품들과, 그 작품 하나하나에 얽힌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예술이 삶과 분리되지 않음을, 오히려 삶의 불편함과 고민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진실한 원천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 실린 비평들은 김희라의 작업이 단순히 ‘재미있는’ 수준을 넘어, 공예와 미술의 경계, 여성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예술 활동, 생산과 고통의 양가성 등 깊이 있는 미학적·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밝혀냅니다. 특히 홍명섭과의 협업에서 드러나듯, 바느질이라는 행위가 옷을 만드는 생산 행위인 동시에 살을 찌르는 가학적 행위일 수 있다는 통찰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행하는 모든 행위의 이중성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또한 ‘동양장 B1’이라는 지하 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실험적 설치 작업들은 예술이 거창한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우리 삶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어수선한 곳에서 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예술이 무엇인지, 여성 예술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합니다. 김희라의 작업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반복 생산하여 시장에서 인정받는 길 대신,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즉각 실행하고 다시는 같은 작품을 만들지 않는 ‘일회성’의 미학을 실천합니다.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예술의 본질이 형식의 완결성이나 철학적 심오함이 아니라, 삶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뒤집어보는 유쾌한 태도에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여러분의 주변 사물들—옷걸이, 휴지, 의자, 가방—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김희라의 ‘희희희라라라’ 미학이 당신의 일상을 통쾌하게 뒤흔들어놓을 것입니다.

저자 소개

김희라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 디자인학 박사.

개인전으로 《열매를 맺지 않겠다》(뮤지엄 호두, 천안, 2024), 《틈》(대통길작은미술관, 공주, 2023), 《틈에서 Another 동양장》(대전, 2021), 《독백》(UM갤러리, 서울, 2020), 《풍경짓다》(동양장 B1, 대전, 2018), 《사絲적 풍경》(BIBI 스페이스, 대전, 2016), 《무늬를 새기다》(롯데갤러리 창작지원전, 대전, 2014), 《삼과 삶》(BIBI 스페이스, 대전, 2011) 등이 있다.

단체전으로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아르코미술관, 서울, 2023), 《하-하-하 하우스》(수원시립미술관 아트스페이스 광교, 수원, 2021), 《옷장 속 예술 사회학》(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대전, 2020), 《부드러운 권력》(청주시립미술관, 청주, 2018) 등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청주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미리보기

ISBN

9791192756554

저자

김희라

발행일

2024-10-17

시리즈

한국현대미술선 062

판형

150*180

쪽수

192

제본

무선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