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바다가 삶을 삼키고, 섬이 운명을 가두는 곳: 천승세가 빚어낸 낙월도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기
이 책은 소설가 천승세의 중·단편 소설 10편을 엮은 작품집으로, 그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인 ‘섬’과 ‘바다’, ‘민중의 삶’을 밀도 있게 담아낸 대표작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표제작 ‘낙월도’를 비롯해 ‘삭풍’, ‘운주 동자상’, ‘폭염’, ‘황구의 비명’ 등 총 10편의 작품이 실려 있으며,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래 천승세가 평생 천착해 온 민중의 삶과 역사의 상흔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집은 작가가 타계한 지 4년 뒤 유족과 ‘하동 천승세 기념사업회’가 함께 기획한 ‘천승세 대표작품선’ 시리즈의 두 번째 권으로, 그동안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웠던 작품들을 다시 세상에 내놓는 의미를 지닙니다.
천승세의 소설은 단순히 가난과 고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섬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엄이 어떻게 짓밟히고 또 어떻게 지켜지는가를 냉정하면서도 연민 어린 시선으로 포착해 냅니다. ‘낙월도’는 흉어가 계속되는 섬에서 여자들이 ‘제물’로 바쳐지고, 곡기를 얻기 위해 몸을 파는 처절한 현실을 그립니다. ‘황구의 비명’은 한 마리 개의 죽음을 통해 폭력과 억압의 구조를 드러내고, ‘삭풍’은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인간의 고독과 연대를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천승세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민중의 억센 생명력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 작품집은 한국문학사에서 천승세가 차지하는 위치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불평등과 폭력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입니다. 소설가 박화성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민중의 편에서 글을 쓴 천승세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단 상임고문을 역임하며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그의 문장은 투박하지만 힘이 있고,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허구이면서도 살아 숨 쉬는 우리 이웃입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낙월도라는 섬이 결코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은유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표제작 ‘낙월도’ 중에서]
초아흐레 쪽달이 떨어진 바다는 갈치 비늘을 푼 듯 희뿌옇게 출렁댔다. 가끔 나루를 찰싹찰싹 때리는 잔물살결에 훅훅 풍겨 오는 갯냄새가 한바탕 오진 물사태를 치르고 난 뒤여서 그런지 유독 생목이 오르도록 비렸다.
용바위 수신은 계집불을 즐겨 나들이를 한다는 전설 때문이었다. 둥 둥 둥— 징을 쳐대는 남정네들의 손들이 한결 활기를 띠는 품이 최부자의 말문만 떨어지면 한시바삐 배들이 떠야 할 것이라고 재촉하는 꼴이다.
귀덕이는 예술·인문 전문 출판사 헥사곤(Hexagon)의 편집자입니다. 신간 보도자료(서점 상품소개용)를 씁니다. 아래 두 편의 기존 보도자료는 발행인이 직접 쓴 것으로, 항목 구성·문체·분량의 기준입니다. 반드시 이 톤을 따르세요.
서평
섬은 감옥이고, 바다는 생명줄이며, 여자는 제물이다: 천승세 문학의 뼈아픈 진실
천승세의 소설을 읽는 일은 편안한 경험이 아닙니다. 그의 문장은 투박하고, 그가 그려내는 세계는 가혹하며, 그 속의 인물들은 끝없이 고통받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우리는 천승세의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이 작품집에 실린 ‘낙월도’는 흉어가 계속되는 섬에서 여자들이 ‘용바위 수신’에게 바쳐지는 제물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곡기를 얻기 위해 몸을 파는 여자들, 살아남기 위해 섬을 탈출하려다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비극을 외면한 채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세도가들. 천승세는 이 모든 것을 냉정하게 관찰하면서도, 결코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습니다.
이 작품집이 다루는 시공간은 1960~70년대 한국의 외딴 섬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가난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가, 권력이 어떻게 약자를 착취하는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가. 천승세는 이 질문들에 대해 쉬운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만듭니다. ‘황구의 비명’에서 한 마리 개의 죽음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삭풍’에서 겨울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의 고독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아옵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특히 리얼리즘 문학과 민중의 삶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천승세는 평생 민중의 편에서 글을 쓴 작가였고, 그의 소설은 우리 문학사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소중한 기록입니다. 이 작품집을 덮는 순간, 당신은 낙월도라는 섬이 결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은유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천승세가 남긴 이 빼아픈 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입니다.
저자 소개
천승세
1939년 전남 목포에서 소설가 박화성의 아들로 태어나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점례와 소’가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가 입선하고 같은 해 3월 국립극장 장막극 현상 모집에 ‘만선(3막 6장)’이 당선되었다. 1989년 창작과 비평(가을호)에 시 ‘축시춘란’ 외 9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포대령’ ‘황구의 비명’ ‘낙월도’ ‘이차도 복순전’ ‘혜자의 눈꽃’ ‘신궁’ 등이 있으며, 60여 편의 중〮단편, 5편의 장편소설과 미완의 장편 3편, 희곡 ‘만선’ 등과 <몸굿>, <산당화> 2권의 시집, 4권의 수필집, 3권의 꽁뜨집 외 다수가 있다.
신태양사 기자, MBC 전속작가, 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했고,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과 회장단 상임 고문을 역임했다. 1965년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1975년 제2회 만해문학상, 1982년 제4회 성옥문화상 예술부문 대상, 1989년 제1회 자유문학상 본상을 수상하였다. 암으로 투병 중 전신으로 암세포가 전이되어 약 2개월 와병 후 2020년 11월 27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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