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상의 틈새에서 길어 올린 삶의 온도: 장광자 35년 수필의 결정
이 책은 1982년 『한국수필』로 등단한 이래 일상과 사유의 접점을 탐구해 온 수필가 장광자의 네 번째 작품집입니다.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동래에서 자라고, 부산에 뿌리내려 살아온 작가는 뒷산 계곡의 버들치와 화단의 수선화, 하모니카 소리와 된장국 냄새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에서 존재의 의미를 건져 올립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화려한 경험 없이도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평범함이 얼마나 깊은 성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진솔한 기록입니다.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은 ‘난리부르스’, ‘된장국을 탐내다가’, ‘언제나 처음’, ‘나의 삶 나의 수필’, ‘다정多情도 병’ 등 5부로 나뉘어, 작가의 일상과 기억, 여행과 사색, 그리고 문학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하모니카를 불며 되살아나는 젊은 날의 기억, 남극에서 느낀 생명의 경외,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얻은 된장국의 온기,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펼쳐집니다. 또한 수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 자신의 성찰과 글쓰기 원칙을 밝힌 ‘나의 삶 나의 수필’은 수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귀한 길잡이가 됩니다.
장광자는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부산광역시 청소년종합상담실 부장으로 근무하며 상담에세이집 『나는 상위권 아버지는 하위권』을 펴낸 바 있으며, 수필집 『모양 없는 빛 속에서』, 『한마디 말』, 『춤을 추면서』를 출간했습니다. 이번 작품집 『언제나 처음』은 부산문화상과 설송문학상 수상자이자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수필부산문학회, 부산여류문인협회에서 활동해 온 작가의 성숙한 문학 세계를 집대성한 결과물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일조차 ‘처음’이라 말하는 작가의 순수하고 겸허한 시선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조용한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책머리에」 중에서]
어느덧 여든 살이 되었다.
믿기지 않는 나이지만 내 손으로 글을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운처럼 느껴진다.
세상의 고개를 다 넘어와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는데, 무슨 할 말이 남아 있을 리도 없다.
써둔 작품을 모아보니 잊고 있었던 일들이 글 속에 있어 그때그때 생각의 편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글이 가지고 있는 보석 같은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였지만, 얼마나 문학성을 지녔는가 자문하게 된다. 평생을 통해 관심 가져온 수필에게 빚지고 있음을 어쩌랴.
글은 그 사람이고 그가 도달한 의식 수준의 나타남이니 덧붙일 말도 없다.
그런 중에도 십 년마다 한 권씩 네 번째 책을 엮었는데, 그때마다 표지화와 삽화를 그려준 오십년지기 남편 옥영식 선생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랜 날 마음 의지했던 산과 바다와 꽃들과 그리고 사람들이 있어 내 삶이 풍요로웠음을 고마워하며.
2024년 봄
승학산자락에서
장 광 자
서평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일깨우는, 여든 살 수필가의 온기 어린 고백
장광자의 수필을 읽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예사로 흘려보내며 사는지 깨닫게 됩니다. 하모니카를 불다 되살아나는 어린 시절, 뒷산 계곡에서 조밥을 먹는 버들치, 무화과나무가 사라진 자리에 피어난 꽃들, 이 모든 사소한 일상이 작가의 손을 거치면 삶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며 쓴 글들은 ‘일상이 행복’임을 절절히 증명하며, 사람을 만나고 밥을 함께 먹는 평범한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슴 깊이 새기게 합니다. 장광자는 화려한 수사나 거창한 철학 없이, 간결하고 진솔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이 책의 백미는 작가 자신이 밝힌 글쓰기 철학입니다. ‘나의 삶 나의 수필’에서 작가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보다 감동을 주는 글은 없다”며 꾸밈없는 삶의 기록이야말로 수필의 본령임을 역설합니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남편과의 소소한 갈등,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 동생과의 기억, 문학 스승에 대한 그리움 등 누구나 겪는 일상을 담담히 풀어내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다정多情도 병’이라는 경구를 책상에 붙여두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대목에서는, 팔십 평생을 살아온 노작가의 겸허함과 끝없는 자기 성찰이 느껴져 숙연해집니다.
여든 살에 이른 지금도 ‘언제나 처음’이라 말하는 장광자의 순수함은, 나이 드는 일조차 새로운 배움이라 여기는 열린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무인 단말기 사용법을 배우고,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려 애쓰며, 손자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화단의 꽃을 돌보는 소소한 일상이 이 책에는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삶이 고달프고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펼쳐 보십시오. 장광자의 따뜻하고 정직한 목소리가 당신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용히 일깨워 줄 것입니다. 평범함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저자 소개
장광자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동래에서 자랐다.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으며, 부산광역시 청소년 종합상담실에서 부장으로 근무했다.
1982년 『한국수필』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수필부산문학회, 부산여류문인협회, 부산여류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산문화상과 설송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모양 없는 빛 속에서』, 지평 (1993), 『한마디 말』, 창우 (2004), 『춤을 추면서』, 해사군 (2013), 『언제나 처음』, 헥사곤 (2024),
상담에세이집 『나는 상위권 아버지는 하위권』 시그마프레스(주) (200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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