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원색의 생명성과 거친 필선이 빚어낸,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향한 오랜 여정
이 책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오직 화가로만 외길을 걸어온 길현수의 누드와 크로키 작품을 집대성한 화집입니다. 인천 소래포구의 비린내 나는 생존의 현장에서, 강화도의 고요한 농촌에서, 그리고 가평의 화실에서 끊임없이 붓을 들었던 작가는 인물과 풍경, 정물이라는 회화의 전통적 모티브를 생동적인 색채와 활달한 필선, 개성적인 구성으로 재해석해왔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체의 골격과 자세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정돈되지 않은 원색조로 표현한 길현수의 누드화가 어떻게 대상의 세밀한 재현을 넘어 생명 그 자체의 존엄과 건강한 활력을 전달하는지 목격할 수 있습니다.
책에 실린 비평은 길현수 작품 세계의 핵심을 짚어줍니다. 미술평론가 이경모는 ‘재현의 초극을 통한 생명성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작가가 형태보다 색채에 주목하여 존재에 대해 사유케 하는 방식,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추구하는 복합적 구성, 그리고 완성도보다는 동태적 생명성을 선호하는 태도를 분석합니다. 시인 문일석은 길현수의 누드화가 ‘우주와 나는 하나다’는 우아일체(宇我一體)의 철학을 담고 있으며, 성별과 자세를 가리지 않는 담대한 표현으로 한국 현대미술에서 누드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합니다. 또한 화가 조범제는 길현수만의 독창적인 예술 기법과 강한 관조의 정신이 매너리즘을 넘어 자연·우주와 화가가 하나 됨을 알게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의 누드 작업과 한 부분의 크로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NUDE 1>에서는 2024년 최신작을 중심으로 묵상·열정·봄 소식 등 생명성과 자유로움을 주제로 한 대작과 소품을, <NUDE 2>에서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이숙(異熟) 시리즈와 유기체적 풍경 연작을, <NUDE 3>에서는 2001년부터 2024년까지의 다양한 포즈와 색채 실험을 담은 작품들을 망라합니다. 마지막으로 <CROQUIS> 장에서는 그래파이트·수채·오일파스텔·먹 등 다양한 재료로 순간의 인체를 포착한 드로잉 60여 점이 실려 있어, 작가의 조형 감각과 필력의 원천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원초적 색감과 대범한 붓질로 생명의 본질을 탐구해 온 길현수의 예술 세계는 동시대 한국 회화의 진정한 가치를 묻고 답하는 귀중한 기록입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작가노트 중에서]
인물, 풍경, 정물 등 회화의 여러 모티브를 생동적인 색채와 활달한 필선, 그리고 개성적인 구성으로 표현해 온 길현수의 작업은 대상에 대한 화가의 깊은 애정과 독자적 조형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물의 골격과 자세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정돈되지 않은 색채로 표현한 길현수의 인물은 대상 자체가 지닌 건강한 활력과 분방한 색채가 주는 생동감으로 인하여 강한 응집성을 보여준다.
인간의 주체성과 내면을 인체와 자연을 주제로 표현하고자 한다. 물감의 움직임과 색에 대한 욕구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느끼는 감정을 역동적으로 붓질해 직관에 의해 작업한다.
여행과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사계절 꽃, 풍경에서 나의 오늘을 만난다. 어느새 자연이 되고 꽃이 되어 대상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그곳에 담긴 그리움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 안의 보석들을 하나씩 꺼내어 일기처럼 화폭에 담아 꽃을 피운다.
서평
생명의 찰나를 붙잡아 캔버스에 영원으로 새긴 화가, 길현수
누드화는 서양 회화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숭고한 주제였지만, 유교 문화권이었던 우리에게는 6·25 이후에야 비로소 배울 수 있었던 장르입니다. 길현수 화가는 바로 그 현대 문명 세대의 지성을 겸비하고 거칠 것 없이 인체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입니다. 그의 누드화는 관능이 아니라 생명성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여체의 뱃살, 풍성한 엉덩이, 남성 누드의 담대한 몸짓까지 미화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옮기면서도, 원색조의 하이라이트와 거친 표면 질감으로 존재 자체에 대한 경외를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인천 소래포구의 비린내와 강화도 농촌의 햇살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 작가가 몸담았던 장소의 원초적 기운이 그림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누드화만을 모은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작가의 조형 실험 전 과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작부터 2024년 최신작까지, 유화·혼합재료·수채·그래파이트·오일파스텔·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크기의 작업이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어, 작가가 어떻게 자기만의 색감과 필력을 발견하고 심화시켜 왔는지 그 여정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크로키 장에서는 몇 분, 때로는 몇 초 만에 포착한 인체의 순간들이 빼곡히 실려 있어, 완성작의 이면에 얼마나 치열한 관찰과 손놀림이 뒷받침되었는지를 생생히 느끼게 합니다.
화가로만 외길 인생을 살아온 길현수는 완성도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면이 끊임없이 꿈틀대며 변화를 요구하는 그 ‘적절한 타임’에 붓을 멈춤으로써, 정태적 완결성보다 동태적 생명성을 화폭에 남깁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여러분은 인간의 몸이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우주와 하나 된 생명의 현현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 특히 인체 드로잉과 회화의 본질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합니다. 길현수의 담대한 색채와 필선은 한국 현대 미술이 도달한 진정한 경지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저자 소개
길현수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장식 미술학과 졸업, 동대학원 수료
개인전
23회
단체전
및 아트페어
목우회 회원전 (예술의 전당, 서울)
Rhy Art Fair BASEL (PHYPARK BASEL, 스위스)
뉴욕 첼시 기획 전시(K&P Gallery, 뉴욕)
부산 국제화랑 아트페어 BAMA (Bexco, 부산)
Asia Contemporary Art Show (Conrad, 홍콩)
2001~2019 국제누드드로잉전 (단원전시관, 안산)
주요작품소장
한국독립운동 유관순 기록화 (천안독립기념관 소장, 200호, 2002년)
삶의 꿈 (독일 본 대사관 소장, 10호, 2004년)
소래일기 (인천미술은행 소장, 30호, 2014년)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목우회 회원
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