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생사의 경계에서 포착한 바다의 숭고함: 조광현 작가 작업의 총체적 기록
이 책은 화가이자 스쿠버 다이버, 그리고 해양생태 연구자로서 오랜 시간 바다와 생명을 탐구해 온 조광현 작가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기념비적 작품집입니다.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1995년 첫 개인전 <불안한 세계>부터 2024년 금호미술관 개인전 <표류자>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인간 실존의 불안에서 출발해 어떻게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으로 시선을 확장해 갔는지 그 변화의 궤적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독자들은 갯벌의 주름에서 발견한 생명의 은유, 직접 뛰어든 바닷속에서 목격한 물고기들의 찬란한 세계, 그리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며 느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체험을 통해 예술이 얼마나 절박한 실존적 질문에서 비롯되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는 조광현의 주요 연작인 <표류자>, <물의 정령들>, <生·命·世·界>, <분열에서 생명으로>, <불안한 세계> 등이 망라되어 있으며, 각 시기마다 김노암, 윤구병, 김인영, 김기용, 김한영, 김경서 등 주요 비평가와 학자들의 깊이 있는 평론이 실려 있습니다. 또한 작가가 직접 쓴 작업 노트와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한국의 민물고기> 등 15년에 걸쳐 완성한 어류 도감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한국 최초로 시도한 수중 페인팅 및 수중 전시회의 생생한 기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갯벌 생태부터 심해 다이빙, 히말라야 등반까지 작가가 몸으로 부딪친 자연의 극한 체험이 어떻게 화폭 위에 승화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작가의 작품을 모은 화집이 아니라, 생명과 자연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인문학적 기록물입니다. 조광현은 불안과 분열로 점철된 현대사회에서 출발해, 갯벌과 바다라는 생명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존재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망망대해에서 홀로 표류하며 맞닥뜨린 공포와 경외감, 물고기 한 마리를 그리며 느낀 생명의 경이로움은 독자들에게 인간중심적 사고를 넘어 모든 생명과 공존하는 세계관으로 나아갈 것을 조용히 권유합니다. 예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록하며, 또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묻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울림과 함께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것입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
드디어 나왔다! 묵직하고 위풍당당한 풍모를 자랑하며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보인 책, 역사적인 ‘사건’이라고까지 하며 찬사와 축하가 물결친다.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은 우리바다 물고기들을 총 망라한 최초의 세밀화 대백과사전이다. 책을 펼치면 초고성능 카메라도 온전히 잡아내지 못하는 저 찬란하고 생동감 넘치는 생명체의 본모습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 척박한 땅에 세밀화 시리즈를 일구어낸 보리의 기념비적 명작이며 내게는 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인생작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물이 좋았다. 까닭 없이 끌리고 호기심 일었던 늪과 갈대숲, 얽히고설켜 신비롭고 매혹적이었던 물풀의 미로, 그 속에 사는 희한한 생명체들을 구경하고 놀던 어린시절부터 큰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지금까지, 생각해 보면 참 멀리도 왔다. 화가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숲과 나무, 습지의 곤충, 물고기, 새들이 그림의 모티브로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상상력이 바닥나며 무력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계에 쫓기는 가난한 예술가가 맞닥뜨린 암담한 벽이었다. 되풀이되는 삭막한 생활, 도시 정글에서 영혼만 소모되는 이른바 예술 활동, 온갖 전시와 행사와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허무개그들…, 위기감이 들 무렵 다시 찾아 든 산과 숲과 물은 내 영혼을 따뜻이 안아주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본격적으로 해보리라 다짐했다.
물고기는 곧 물이다. 그 몸 안에 물세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비늘과 지느러미 가시 하나하나에 물의 속성이 들어 있다. 물고기를 알려면 강을, 바다를, 하늘을, 지구를 알아야 하며 더 나아가 우주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 공부를 하면서 더욱 열심히 물속을 헤매고 다녔고, 그때마다 매번 새로운 일들을 목격했다. 나는 내 작은 재능을 우리 지구 생명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일에 쓰겠다 다짐하였고, 남은 삶도 생명의 최전선에서 기도하듯 한 장 한 장 그려갈 것이다. 내가 보고 겪고 느낀 생명들의 이야기, 그들이 나를 관찰하던 눈망울, 생명계의 일부로서 격하게 느꼈던 동지의식, 공감과 소통의 감동, 희열, 흥분, 업장 소멸의 기이한 체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서평
바다 한가운데서 생사를 오가며 그린, 생명에 대한 가장 치열한 예술적 증언
우리는 왜 예술을 하는가? 이 근원적 질문 앞에서 조광현은 망설이지 않고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듭니다. 공기가 다 떨어진 심해에서 홀로 떠올라 파도에 맞서며 생사의 경계를 오갈 때, 그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숭고함이었습니다. 이 책 《조광현》은 1995년 첫 개인전에서 드러낸 ‘불안한 세계’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 어떻게 갯벌, 물고기, 그리고 광활한 바다라는 생명의 현장으로 확장되어 갔는지를 긴 세월 위에 펼쳐 보입니다. 작가는 단지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겸허한 존재인지를 몸으로 깨닫고 그것을 화폭에 옮겨냈습니다.
이 책의 백미는 작가가 직접 쓴 작업 노트와 인터뷰입니다. 15년에 걸쳐 800여 종의 물고기를 세밀화로 그려낸 과정, 한국 최초로 시도한 수중 페인팅과 수중 전시회의 생생한 뒷이야기, 그리고 물고기 한 마리를 완성하기 위해 수백 장의 사진과 논문을 뒤지며 밤을 지새운 기록들은 예술이 얼마나 치열한 탐구와 헌신을 요구하는지 보여줍니다. 김노암, 윤구병, 김기용 등 주요 비평가들의 예리한 분석은 조광현의 작품을 ‘생태미술’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들뢰즈의 바로크 철학, 푸코의 권력 담론, 그리고 생명철학의 지평에서 읽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층위를 선사합니다. 갯벌의 주름에서 발견한 ‘영원의 주름’, 물고기 눈동자에서 본 ‘블랙홀’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작가가 온몸으로 체득한 생명의 진리입니다.
지금, 인간중심주의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조광현은 바다 속에서, 갯벌 위에서, 그리고 히말라야 정상에서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뼈저리게 깨닫고 그것을 예술로 증언합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생명과 죽음, 존재와 소멸, 그리고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될 것입니다.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화가는 어떻게 세계와 마주해야 하는가를 묻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합니다. 조광현의 작품 앞에서 당신은 바다의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명의 장엄함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자 소개
조광현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중퇴하고 대구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국립군산대학교에서 해양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공평아트센터에서 <불안한 세계>를 시작으로 1997년 <분열에서 생명으로>(갤러리 사비나), 1999년 <갯벌-영원의 주름>(갤러리 사비나), 2011년 <生·命·世·界>(인사아트센터), 2021년 <한국의 물고기>(사비나미술관), 2024년 <표류자>(금호미술관) 등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국립민속박물관 <조·명·치>(2023), 인천아트플랫폼 <황해어보>(2023), 국립해양박물관 <바다밥상>(201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21년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으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상과 제4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23년 제28회 바다의 날 해양수산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한국의 민물고기》(LG상록재단, 2019), 《갯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사계절출판사, 2004) 등 다수의 생태 관련 저서를 출간하였으며, MBC 다큐멘터리 <진화의 현장 코랄트라이앵글>(2019), KBS <숨터-깊고푸른 아틀리에>(2021) 등에 출연하였다. 작품은 LG재단, 사비나미술관,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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