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미지와 신화, 그리고 회화로 남기는 동시대의 기록: 정영한 30년의 예술 여정
이 책은 화가 정영한이 1995년부터 2026년까지 30여 년간 걸어온 예술적 궤적을 집대성한 화집입니다. 단순한 작품 도록을 넘어, 작가가 직접 쓴 작가노트와 김병호(시인), 유재길·고충환·엄기홍(평론가), Noella K. Chung(큐레이터) 등 4편의 심도 있는 비평, 그리고 Magazine Q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합니다. 독자들은 1990년대 중반 <현대-이상의 상실>로부터 시작하여 <현대-21세기 풍경>, <우리時代 神話>, 그리고 최근의 <이미지-時代의 斷想>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정영한이 디지털 이미지와 사진을 극사실 회화로 변환하며 ‘동시대 신화’를 만들어왔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 위에 올려진 오브제들, 반려묘 ‘이브생노랑’의 등장, 그리고 백남준·다빈치·달리 등 예술사의 아이콘을 다시 그려낸 <아이콘> 연작은 ‘예술의 종말 이후’ 회화가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얻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증거입니다.
이 책에 실린 비평들은 정영한의 예술을 이해하는 깊이 있는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유재길은 그의 작업을 ‘자연적 실재와 인위적 실재의 조우’로 분석하며 이미지의 돌발성과 가상성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고충환은 작품 속 바다와 꽃이 ‘상실된 자연의 실재감을 복원하는 동시에 가시화하는’ 이중 전략임을 밝혀냅니다. Noella K. Chung은 <아이콘> 연작을 ‘초(超)-영웅’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유령들과의 만남을 강조합니다. 또한 정영한 스스로는 자신의 작업이 ‘이미지를 채집하는 행위’에서 출발하여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디지털 포토샵의 논리를 회화로 구현하는 과정임을 고백합니다. 이러한 비평적 시각은 사진처럼 보이는 정영한의 극사실 회화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사물의 실재보다 ‘이미지 그 자체’를 신화로 만드는 메타적 실천임을 일깨웁니다.
이 책은 <우리時代 神話> 시리즈부터 <이미지-時代의 斷想> 연작에 이르기까지 주요 연작들을 망라하고 있으며, 2026년 한국미술관(용인), 2025년 학고재아트센터(서울), 2023년 영은미술관(광주) 등 최근 주요 전시 현장 사진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는 일회적 경험을 넘어,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겨진 정영한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이미지와 실재, 신화와 일상, 복제와 원본이라는 현대미술의 핵심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스마트폰 속 무한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그림’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정영한의 ‘이숙(異熟)’하는 화면들은 디지털 시대에도 회화만이 가진 물성과 시간의 깊이가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는 감동적인 기록이 될 것입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작가노트 중에서]
정영한의 작업의 시작은 이미지를 채집하는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과거의 작가들이 현실속의 대상을 회화의 모티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면, 본인의 경우 Lost 이미지, 즉 실체가 없는 이미지들을 수집한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 잡지나 신문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을 무작위로 채집하고 저장해 두었다가 작품을 할 때 화면에 하나씩 하나씩 올리는 과정을 겪는다. 마치 컴퓨터의 디지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에서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투명 창에 이미지를 한 장씩 한 장씩 중첩하여 여러 장의 레이어를 통해 하나의 화면을 구성해 내는 것처럼, 배경을 깔고 그 위에 석상이나 대형화된 꽃, 흩날리는 꽃잎, 과일, 신문, 문자 등의 사진 이미지들을 순차적으로 재배치하여 화면을 그려낸다.
근작인 <時代의 斷想-Image of myth>에 이르러, 나의 작품은 이미지와 재현에 관한 문제와 함께 개념적 측면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미지와 재현에 관한 문제들에 대한 나의 회화적 탐구는 익숙하고도 낯선 충격들에서 ‘예술의 종말 이후’ 또한 그 이후의 예술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이른바 우리시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나의 신화’를 소통의 도구로 삼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근작들은 화가로서의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나에게 신화란 우리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잊고 사는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문제 제기,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예술사의 유령들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들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한 번에 전달될 수 있는 회화 이미지의 힘을 되살려내는 것과 다름없다.
서평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진이 아닌, 회화만이 가능한 신화 만들기의 기록
우리는 매일 수천 장의 이미지를 스마트폰으로 소비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이미지들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화가 정영한은 이 질문에 30년 동안 붓으로 답해왔습니다. 이 책 『정영한 Ⅱ』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26년까지 그가 그려낸 극사실 회화의 집대성입니다. 얼핏 보면 사진 같지만,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인 물감층과 정교한 붓질로 완성된 그의 그림은 복제와 원본, 실재와 환영이라는 현대미술의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 위에 올라간 강아지 인형과 반려묘, 바다 위를 떠다니는 거대한 꽃송이들, 그리고 백남준·다빈치·달리 같은 예술사의 아이콘을 다시 그린 <아이콘> 연작은 ‘예술의 종말’ 이후 회화가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얻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증거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화집이 아닙니다. 유재길·고충환·Noella K. Chung 등 평론가들의 예리한 분석과 시인 김병호의 서정적 텍스트, 그리고 작가 스스로의 고백이 담긴 작가노트와 인터뷰가 작품 이해를 입체적으로 돕습니다. 특히 정영한이 ‘이미지를 채집한다’고 표현하는 작업 방식—인터넷에서 떠도는 Lost 이미지들을 포토샵처럼 레이어로 쌓아 올려 회화로 구현하는 과정—은 디지털 시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유재길은 그의 작업을 ‘자연적 실재와 인위적 실재의 조우’로 분석하며, 이미지의 돌발성과 가상성을 통해 ‘우리시대의 신화’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합니다. 고충환은 작품 속 바다와 꽃이 ‘상실된 자연의 실재감을 복원하는 동시에 가시화하는’ 이중 전략임을 밝힙니다.
지금, 이미지가 넘쳐나지만 정작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정영한의 그림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손으로 그려진 회화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의 두께와 물성의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캔버스는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여전히 얼마나 특별한 행위인지를 일깨웁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은 스마트폰 속 이미지 하나하나가 사실은 ‘신화’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 그리고 그 신화를 만드는 일이 바로 예술가의 몫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정영한의 ‘이미지, 時代의 斷想’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저자 소개
정영한
정영한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회화학과 석사를 거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현대-이상의 상실>(1995-1998), <현대-21세기 풍경>(1999-2004), <우리時代 神話>(2004-2015), <이미지-時代의 斷想>(2016-현재) 등의 주요 연작을 통해 극사실 회화와 사진 이미지, 그리고 동시대 신화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1996년 첫 개인전(도올아트타운, 서울) 이후 2026년 한국미술관 기획초대전(경기 용인)을 포함하여 39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국내외 450여 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제37회 세계일보선정 올해의 작가상(2025), 제37회 주목할 예술가상(2017), 제6회 송은미술대상전 장려상(2006), 제26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2007), 제5회 MBC 미술대전 우수상(1995) 등이 있으며, 1999년 제1회 한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영은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교수이자 예술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기초조형학회 이사, 예술과미디어학회 산업협력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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