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간과 대지 사이, 풀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 박인우 35년 회화의 생명 철학
이 책은 화가 박인우가 지난 35년간(1990-2026) 끊임없이 천착해 온 ‘인간의 대지’라는 거대한 주제를 집대성한 작품집입니다. 단순한 화집을 넘어, 작가가 직접 쓴 작가노트와 김수진·고충환·이경모·조숙현 등 네 명의 평론가가 쓴 심도 있는 비평 에세이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합니다. 독자들은 농경사회의 한 아들로 태어나 50년간 도시 생활을 거친 뒤 2017년 여주 산촌으로 귀향한 작가가 어떻게 ‘풀(grass)’이라는 가장 평범한 생명체를 통해 대지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실존적 의미를 회화로 구현해 왔는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대지, 그 사이>, <풀이 있었다>, <숲속 초대>, <땅의 서사>, <십오야> 등 주요 연작들을 망라하며, 역사·문명·자연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작가가 포착한 생명력과 서정적 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책에 실린 비평들은 박인우의 회화를 이해하는 깊이 있는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김수진은 ‘담(淡)’의 미학과 ‘허정(虛靜)한 공간’으로의 복귀를, 고충환은 ‘풀’이라는 존재를 통해 사람들이 잃어버린 자연과 일상을 되돌려주는 ‘낯설게 하기’ 전략을, 이경모는 자연과 역사의 본질을 추적하는 구조주의적 사유를, 조숙현은 어머니를 상징하는 ‘보따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애환을 읽어냅니다. 이러한 비평적 시각은 박인우 특유의 거친 붓질과 강렬한 초록빛, 그 뒤에 숨겨진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정신세계를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선 인류학적 성찰의 장으로 안내합니다.
이 책은 <인간-대지, 그 사이> 시리즈를 포함해 <풀이 있었다>, <숲속 초대>, <땅의 서사>, <십오야> 등 주요 연작들과 돌 위에 인간의 얼굴을 조각한 입체 작업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캔버스 위에서 피어나고 시들어가는 풀의 생명 순환을 통해 박인우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자연 예찬이 아니라, 생명의 발아와 소멸이라는 우주적 리듬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지와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달할 것입니다. 한국현대미술선 069번째 작가로서 박인우의 작품 세계는, 땅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풀이 있었던’ 그 자리를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귀중한 예술적 증언입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작가노트 ‘풀(grass)이 있었다’ 중에서]
난 농경사회 시절의 한 아들로 태어났다. 나의 태어남 자체도 하나의 이벤트 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1950, 60년대는 대부분의 국민이 농촌에 살았고 풀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끝냈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땅을 딛고 풀밭을 뛰고 뒹굴었다. 그땐 우리 인간의 삶이 그런 것 인줄로만 알았다. 나의 청소년기는 모든 것이 땅과의 조우였다고 볼 수 있다.
땅이 만들어 내는 생명력, 그 생명력이 키워내는 것들에 대한 놀라운 것들을 보았고 하루가 지난 다음날 또 다른 형태의 생명들을 접하는 시간과 공간을 쉼 없이 만났다. 약 50년간의 생계형 도시생활을 통해 땅과 직접적인 접촉은 극히 제한적이었으며 가끔의 접촉 또한 매우 피상적인 정도였다. 그 기간 동안도 난 나의 작품 속에 끊임없이 인간의 삶의 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지만 땅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허기진 몸짓이랄까.
‘전문가를 감동시키기는 쉽지만 어린이를 감동시키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예술은 감동을 통한 소통이라 생각한다. 그곳에 감동이 빠지면 강요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풀(grass)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아픔과 그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흙의 정신으로 돌아가고 싶기에 흙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의 단위인 풀을 선택한 것이다.
서평
풀 한 포기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 우리는 땅을 되찾습니다
박인우 작가의 그림은 ‘살아있음’ 그 자체를 화폭에 불러들입니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풀을 심듯 붓질을 하고, 대지의 숨결을 그려 넣으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경계의 공간을 탐구합니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풀은 단순히 들판에 흔하게 피어있는 식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의 최소 단위이자 존재의 근원이며, 흙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숭고한 매개입니다. 50년간 도시의 생계형 생활에 갇혀 있던 작가가 2017년 여주 산촌으로 귀향한 뒤, 비로소 ‘풀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 이야기는 단순한 귀농 체험담이 아니라, 인간이 잃어버린 대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치열한 예술적 여정입니다.
우리는 왜 박인우의 그림 앞에서 묵직한 울림과 따뜻한 위로를 동시에 느낄까요? 이 책은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김수진, 고충환, 이경모, 조숙현 등 평론가들의 예리한 분석은 독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눈으로 보는 감상을 넘어, 생태와 역사, 생명과 죽음이라는 인문학적 층위에서 작품을 깊이 있게 음미하도록 돕습니다. 특히 작가가 직접 쓴 작가노트는 농경사회에서 태어나 도시를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자, ‘예술은 감동을 통한 소통’이라는 그의 예술 철학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거친 붓질 속에 담긴 대지의 촉각적 경험과, 강렬한 초록빛 뒤에 숨겨진 ‘담담(淡淡)함’과 ‘허정(虛靜)함’의 미학은 독자들로 하여금 내면의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듭니다.
지금, 속도와 경쟁에 지쳐 땅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박인우의 작품 세계를 통해, 당신의 내면에서도 새로운 사유의 씨앗이 발아하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 곁의 하찮은 풀 한 포기조차 우주를 삼킨 듯한 거대한 생명력으로 다가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과 대지 그 사이에 풀이 있었고, 그곳에 당신이 있었음을 깨닫는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박인우의 ‘인간의 대지’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저자 소개
박인우
박인우 (1957-, 朴仁雨 YeenWoo Park)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졸 동 대학원 서양화과졸 현재 가천대학교 예술대학 명예교수
개인전으로는 2024년 도든 아트하우스 기획초대전(인천), 갤러리 스틸 기획초대전(안산), 2022년 ‘인간-대지, 그 사이'(금호미술관, 서울), 2019년 CENACOLO Gallery 기획초대(인천), 2018년 ‘연필타고 시간여행'(서담재갤러리, 인천), ‘인간의대지'(크랭블루갤러리, 제주), 2016년 ‘내릴-휴'(갤러리GO, 인천), 2015년 ‘없을-휴'(갤러리 미술세계, 서울), 2014년 아트스페이스 정원 초대개인전(일산), 아침 Gallery 초대개인전(서울), PY Gallery 초대개인전(인천), 2011년 인천시립 미추홀도서관 전시실 초대개인전(인천), 2010년 AHOY ROTTERDAM KUNSTMESSE(독일 뵈너갤러리, Rotterdam Netherlands) 등을 개최하였다.
또한 2026년 ‘중첩된 시선’전(ABU Gallery, 부산), 2025년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교수6인 초대전(갤러리 벨라, 인천), California & Seoul ‘HOPE'(Gaon Gallery, 미국 캘리포니아), 2024년 RE 1883 아트프레쏘 갤러리 개관초대전(인천), 2022년 인천-하와이 디아스포라 국제미술전(The downtown art center, Honolulu), 2021년 SOKI international invitation exhibition, Galerie Art’et Miss, Paris(France)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약 450회 이상의 단체전에 출품하였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인천문화재단, 유원미술관, 가천대학교, 송도스카이파크 호텔, 인천하버파크호텔, 등대박물관, 포항 코아루아파트 조형물, 용인 씨크밸리아파트 조형물, 고양시 덕양구 건축미술작품, 하남시 건축미술작품, 수원시 호매실역 로프트빌딩 건축미술작품 등에 설치되어 있다.
1992-2022년 가천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및 회화전공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인천문화재단 아트플랫폼 이사, 인천미협 부지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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