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춘산
『그날들』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묘지를 7년간 흑백 사진으로 기록한 정춘산 작가의 깊은 응시입니다. 단순한 풍경이 아닌 생명과 죽음, 기억과 평화의 감정이 교차하는 공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시각적 기도이자 추모의 헌사입니다. 잊혀진 이름들을 향한 조용한 헌정이자,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껴안는 사진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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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날들』은 정춘산 작가가 2017년부터 7년에 걸쳐 촬영한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흑백 사진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11개국, 총 2,300여 명의 유엔군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로, 작가는 이 공간을 단순한 ‘묘지’가 아닌, 기억과 사유, 감정과 역사, 침묵과 기도의 장소로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무채색의 화면은 그 자체로 시각을 넘어 감각의 층위를 일깨우고, 살아남은 이들의 침묵과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독자는 마침내 한 장의 사진 앞에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이 책은 기록사진이자 시각적 헌사이며, 과거의 희생과 오늘의 존재를 잇는 감각의 다리입니다. ‘Turn Toward Busan’이라는 간단한 문구 아래 묵념하는 이들의 표정을 정지된 이미지 속에 고요히 담아낸 작가는, 전쟁이라는 극단적 시간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틋한 존엄과 연대를 포착합니다. 『그날들』은 전쟁의 상흔이 아닌 평화의 기원을, 죽음의 고요가 아닌 삶의 떨림을 향한 묵직한 사진적 기도로 우리 곁에 놓입니다.
책 속으로
“꽃다운 나이에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다 함께 스러진 슬픈 님들이여,
지금은 이 낯선 땅 돌 위에 새겨진 님들의 이름을 바람과 파도가 기도처럼 불러줍니다.”
– 이해인 수녀의 헌시 중에서
“정춘산 사진은 시각과 감각의 혼융이며, 눈과 마음의 혼융이다.
지극한 감각의 깊이에서 비롯된 그의 사진은 쉽게 다가가지만 쉽게 물러날 수 없는 무게를 지녔다.
사진은 더 이상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그 앞에서 침묵하는 시간 자체다.”
– 동길산 시인의 평문 중에서
서평
『그날들』은 사진을 통한 역사적 기록임과 동시에, 하나의 깊은 인간적 응시로 완성된 시각 예술의 경지입니다. 이 작품집에서 정춘산 작가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사진이 어떻게 기억을 환기하고, 침묵을 말하게 하며, 사라진 존재들을 다시 부르게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흑백의 사진은 죽음과 생명, 어둠과 빛,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경계에서 존재의 밀도를 응시하게 만들며, 작가가 포착한 모든 ‘그날들’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닌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아납니다.
무엇보다도 정춘산 작가의 사진은 ‘역지사지’와 ‘측은지심’이라는 고전적 가치의 회복을 촉구합니다. 그는 유엔군 묘지를 단지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그곳을 오가며 낯선 이름들을 친구처럼 마주했고, 이름 없는 돌들 앞에서 들숨과 날숨을 담아냈습니다. 이 사진들은 전쟁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평화의 기도이며, 낯선 이의 아픔을 나의 마음으로 감싸 안는, 사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날들』은 마치 빛과 어둠 사이의 고백처럼, 오랜 응시 끝에 도달한 작가의 내면이자, 이 시대를 위한 조용한 평화 선언입니다.
저자 소개
정춘산
정춘산은 2017년부터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꾸준히 촬영하며, 전쟁의 기억과 평화의 메시지를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가입니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 장소를 단지 묘지가 아닌 인간성과 감정의 풍경으로 바라보며, 전쟁과 희생, 추모와 감사, 그리고 침묵의 서사를 사진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그의 첫 개인전 『익숙해진 기억』은 이미 유엔기념공원을 둘러싼 우리의 무감각에 질문을 던졌고, 이번 작품집 『그날들』은 그 질문의 가장 깊은 응답입니다. 사진이 단순히 대상이 아닌 ‘시선의 태도’임을 증명하는 작가, 정춘산은 오늘도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당신은 이 이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ISBN | 97911-92756-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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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자 | 2024년 9월 30일 |
쪽수 | 112쪽 |
제본형태 | 하드커버 양장제본 |
크기 | 198 x 237 x 19 mm |
무게 | 686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