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장광자
《언제나 처음》은 여든 해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담아낸 장광자의 따뜻한 수필집입니다. 하모니카 소리처럼 잔잔한 감정과 기억들이 삶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합니다. 소소한 일상이 위로가 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조용한 감동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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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장광자의 수필집 언제나 처음은 저자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채로운 이야기와 감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나온 세월을 회고하며, 글로써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장광자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추억, 가족과의 따뜻한 기억,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들을 섬세하고 진솔한 필치로 풀어냅니다.
언제나 처음은 저자의 삶의 기록이자,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창문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삶의 고비마다 느꼈던 감정들과 그 순간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전달합니다.
장광자의 수필은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동시에,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다시금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잊고 지낸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언제나 처음은 삶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는 여정을 함께하면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수필집입니다.
책 속으로
심금을 울리고
하모니카를 분다. 어릴 때 동생들을 따라 해 본 적이 있는데,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노래가 되어 나온다. 옛날에 부르던 ‘바위고개’며 ‘아 목동아’도 불어본다.
여동생이 무슨 오디션에 나갔다가 특기가 무어냐는 물음에 하모니카를 분다고 했다는 말을 듣자, 불현듯 나도 불 줄 아는데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손위 형제들이 결혼해서 집을 떠난 뒤 그 하모니카를 동생이 가져갔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그렇잖아도 심심하던 터에 옳거니 하며 인터넷으로 하모니카를 샀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도 ‘반달’도 불어본다. 어릴 때 부르던 동요가 술술 나오는 게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옛날에 부르던 곡들은 할 수가 있는데, 요즘 노래는 잘되지 않는다.
동요를 부르고 있으니 오래전, 미국에서 열린 문학 세미나에 갔을 때 젊은 목사 두 사람이 기타를 치며 ‘섬집 아기’를 부르던 기억이 났다. 천만리 떨어진 이국에 살면서 어릴 때 부르던 동요를 함께 부르던 모습이 얼마나 애잔해 보이던지. 노래는 기억 저편의 풍경을 불러내는 재주를 지녔다. 하모니카를 불고 있으면 병약하던 어머니와 그때 살던 집이, 뜰에 피어있던 노란 장미가 다가오기도 한다.
하루는 뒷산으로 산책을 나가 정자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데, 어떤 남자분이 오더니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다. 배운 적은 없고 그냥 할 줄 안다고 했더니 하모니카 잡는 법부터 이리저리 가르쳐주었다. 그 마음은 고마웠으나 새삼 배워서 뭘 할까. 노래만 되어 나오면 되지, 나는 내 식대로 그냥 불기로 했다.
친한 사람 몇이 모여서 모닥불 앞에 앉아 밤을 보낼 때 하모니카를 꺼냈다. 열심히 연습해 간 유심초의 ‘그대를 사랑하오’ 는 타는 불길과 어울려 한층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젊은 날 캠프 화이어의 추억이 살아나면서 가버린 세월이 안타까이 다가왔다. 노래는 옛날을 소환하는 비법을 지녔는지도 모른다. 하모니카 한 곡조에 따라온 젊은 날을 돌아보며 잠시 그리움에 젖었다.
진달래 꽃잎을 따주던 옛 님이 어찌 ‘바위고개’의 노랫말 속에만 있을까. 사는 일이 이렇게 펼쳐지는 줄 알았더라면 손 한 번 잡는 일이 무에 그리 대단해서 몸을 사렸을까. 하모니카는 가버린 젊은 날을 애타하며 울 듯 말 듯 곡조를 이어간다.
홍벽초는 소설 『임꺽정』에서 피리를 잘 분다고 소문난, 벼슬이 ‘단천령’이라는 사람의 피리 소리를 눈에 본 듯 그리고 있다. “원망하는 것도 같고 한탄하는 것도 같고 하소연하는 것도 같았다”고 하면서.“춘몽 같은 세상, 초로 같은 인생에 시름도 첩첩하고 설움도 첩첩한데 그 시름과 설움을 피리로 풀어내는 듯 했다”고 한다. 피리 소리를 들으며 눈물짓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흐느껴 울기도 한다는 구절을 읽으며 나도 그런 경지에 가 닿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심연을 건드려 눈물짓게 하려면 나부터 그런 곳에 도달해 있어야 할 듯, 어떤 마디는 천년 울음을 우는 것 같았다는 구절에서는 문득 마두금이라는 현악기의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는 낙타 생각이 났다.
낙타는 제 새끼 외에는 젖을 물리지 않는다는데, 몽골에서는 어미 잃은 새끼를 위해 마두금 연주자를 불러 음악 소리를 들려주고 그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 낙타는 방울방울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때를 맞춰 젖을 물리면 새끼를 받아들인다는데, 그 정경을 보면서 낙타의 가슴 어디에 그렇듯 따뜻한 샘물이 흐르는지 나도 따라 눈물이 나려고 했다. 마두금이라는 악기의 선율이 낙타의 심금을 울려 잠자던 설움을 깨워서 그럴까. 불룩하게 솟은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뙤약볕 속을 걸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이 서러워서 그럴까. 낙타가 울다니, 음률이 갖는 그 신비한 공명을 느낄 줄 아는 낙타는 겉모양만 다를 뿐 사람과 마찬가지의 심성을 지닌 게 아닌가. 노래를 들으면 너 새끼 내 새끼 가르던 냉엄한 차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따스한 암컷의 모정이 샘처럼 솟아나는 모양이다.
음악이 만인의 공통언어라 하지만 사람뿐 아니라 짐승에게도 치유의 명약이 됨을 보면서, 하모니카로 시름을 달램은 물론, 다른 사람의 설움을 어루만져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본문 중에서
서평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긴 장광자의 수필집 언제나 처음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여든 해 인생을 담담하게 회고하며,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어릴 적 하모니카 소리에서 시작해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 일상의 작은 기쁨들까지, 이 책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줍니다.
장광자의 글은 그 자체로 따뜻한 위로가 되며,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장광자의 수필집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그의 삶이 녹아 있는 진솔한 기록입니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분들,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언제나 처음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저자 소개
장광자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동래에서 자랐다.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으며, 부산광역시 청소년 종합상담실에서 부장으로 근무했다. 1982년 『한국수필』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수필부산문학회, 부산여류문인협회, 부산불교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산문학상과 설송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모양없는 빛속에서』 지평 (1993),
『한마디 말』 창우 (2004), 『춤을 추면서』 헥사곤 (2013), 『언제나 처음』 헥사곤 (2024),
상담에세이집 『나는 상위권 아버지는 하위권』 시그마프레스(주) (2005)이 있다.
ISBN | 97911-92756-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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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자 | 2024년 5월 31일 |
쪽수 | 204쪽 |
제본형태 | 무선제본 (날개 있음) |
크기 | 136 x 197 x 18 mm |
무게 | 415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