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실로 그린 풍경, 섬유로 짓는 고요: 김혜숙 작가의 아트퀼트 세계
이 책은 한지와 수묵에서 출발해 천과 실이라는 섬유 매체로 자신만의 풍경을 구축해 온 김혜숙 작가의 작품집입니다. 작가는 전통 한국화의 필법을 버리지 않은 채, 재봉틀 바늘 끝에서 흐르는 드로잉으로 자연의 숨결을 화폭에 새깁니다. 프리모션 퀼팅(Free Motion Quilting)이라는 고도의 숙련 기법을 통해 천 위에 실로 색과 형태를 입히고, 여러 겹의 천과 솜을 누빔으로써 저부조(Low Relief)의 입체감을 만들어냅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붓 대신 실을, 종이 대신 원단을 선택한 작가의 긴 여정과 그 과정에서 탄생한 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풍경을 담다>, <섬의 노래>, <나무의 시간>, <감은사지 풍경> 등 주요 연작을 망라하며, 수직과 수평의 선이 교차하는 다층적 공간 구성, 도자기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독립된 공간감 등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작품 속 풍경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고려시대 冲止의 한시 ‘閑中自慶’와 한산 시인의 ‘寒山詩’처럼 고요와 번뇌를 벗어난 관조의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문인화적 정신을 섬유라는 현대적 매체로 재해석하며, 동양의 전통 미학과 현대 텍스타일 아트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을 탐구합니다.
김혜숙은 국내외에서 300여 회의 단체전과 14회의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알려왔으며, 2013년 유럽 패치워크 미팅 콘테스트 그랑프리, 2015년과 2018년 AQS 파두카 2위상 등 세계적인 아트퀼트 무대에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책은 한국, 일본, 미국, 유럽을 무대로 활약해 온 작가의 작품들을 한 권에 집약한 귀중한 기록물이자, 실과 천이라는 ‘부드러운 재료’로 엄숙하고 고요한 풍경을 빚어내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로의 초대장입니다.
책 속으로
[본문 발췌: 작가 노트 중에서]
그림은 바탕재료와 채색재료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데 나는 이 관계를 천과 실의 엮임으로 재해석합니다.
나의 작업은 한지에 수묵과 채색을 입히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한지 염색과 바느질을 거쳐, 현재는 원단 위에 실로써 색감과 형태를 구현하는 작업으로 변모했습니다. 한지와 천은 모두 ‘섬유질’이라는 근본을 공유하기에 그 변화가 낯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각종 실이 묘사의 주체가 되고 프리모션 퀼팅(Free Motion Quilting)을 주된 기법으로 삼게 된 것은 내 작업 세계의 커다란 변곡점입니다. 결국 재료와 기술의 차이일 뿐, 붓 끝에서 흐르는 드로잉의 개념은 이제 실을 통해 화면 위에 구현됩니다.
작업의 최종 단계인 퀼팅(Quilting)은 여러 겹의 천과 솜을 겹쳐 누비는 과정이며 한국의 전통 ‘누빔’처럼 세계 곳곳에는 고유한 퀼팅 문화가 존재합니다. 퀼팅은 천 사이에 솜을 넣어 저부조(Low Relief)의 입체감을 만들고, 스티치(Stitch)의 흔적을 통해 장식적인 밀도를 더합니다. 나는 재봉틀의 톱니를 내려 천을 수동으로 조절하는 프리모션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고도의 집중력과 숙련된 노동을 요구하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서평
붓을 내려놓고 바늘을 들다: 천 위에 수를 놓아 완성하는 현대 산수화
김혜숙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묘한 착각에 빠집니다. 멀리서 보면 수묵의 번짐과 채색의 깊이가 느껴지는 전통 산수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천 가닥의 실이 촘촘히 누벼진 섬유 예술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한지 위에 붓을 놓던 동양화가가 어떻게 재봉틀 바늘 끝으로 ‘실의 드로잉’을 완성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프리모션 퀼팅이라는 까다로운 기법을 통해 천과 솜을 겹쳐 누비며 저부조의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공예를 넘어 회화적 깊이와 조각적 촉감을 동시에 지닌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이 책에 실린 40여 점의 작품은 감은사지 삼층석탑과 소나무, 흐르는 달빛과 섬의 능선을 담은 풍경들로 가득합니다. 작가는 화면에 수직과 수평의 선을 교차시켜 2차원 평면의 단조로움을 깨고, 도자기 실루엣을 배치해 또 다른 공간감을 창출합니다. 그 안에 고려시대 문인의 한시와 한산 시인의 선시(禪詩)가 함께 수놓아져, 작품은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요와 관조, 번뇌를 벗어난 정신세계를 은유적으로 담아냅니다. 유럽 패치워크 미팅 그랑프리와 미국 AQS에서의 수상 경력은 이러한 예술성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았음을 증명합니다.
섬유 예술과 한국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경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손끝의 노동으로 천천히 쌓아 올린 풍경을 보며, 텅 빈 화폭 앞에서 느끼는 긴장과 완성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혜숙의 작품 세계는 바쁜 일상 속에서 고요와 집중, 그리고 노동과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실 한 올 한 올에 담긴 작가의 숨결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저자 소개
김혜숙
개인전
2004-2026 한국화 및 아트퀼트전 14회(부산, 서울, 북경)
단체전 및 기획전
1983-2026 국내외 300여회 참가 부산 한국화전, 불휘전, 부산미술제, 6대광역시 미술교류전, 환경연합미술제, 남부국제현대미술제, 부산여류전, 섶전, ‘이숨:CONNET전, ‘미술-삶에 들다’전, KFAF, 4th International Fiber Art Fair 世界의 Quilt전, Breath Together전(일본), Korea Bojagi Forum(미국 뉴욕, 마이애미) Hands of Korea전, Harmony-Quilt from Japan & Korea전(영국), 키모노가의 퀼트전(일본), 터키 이즈미르시 퀼트페스티벌(터키), 상하이 홈텍스타일전(중국), 후쿠오카 한류관 초대전(일본), KFAF×WTA25th(미국 World Textile Art), 한국의 자수와 섬유예술전(프랑스), AQC, Quilting-Korean Style 2019(호주), ‘Pieced & Blocked’전(독일, 이탈리아), Fine Art Quilt Masters전(영국) 등
수상
2018 AQS F.Faducah Large wall quilt 2Place award 2018 AQS S.Faducah Small wall quilt 2Place award 2019 AQS Lancaster Art Quilt Honored Mention 2015 31th AQS Paducah Small wall quilt 2Place award 2013 19th European Patchwork Meeting Contest Grand Prix award
소장
European Patchwork Meeting Contest 대상작 소장
현재
한국·부산미술협회원, 한국아트퀼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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