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사곤과 아트스페이스3의 출판 프로젝트 네 번째 책, 강운 작가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전시는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상처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그 감정의 기억을 어떻게 치유하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답변입니다. 기존 구름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는 군 복무 시절 비무장지대에서 마주했던 예리한 철조망을 매개로 그를 감싸 흐르는 바람 소리와 그 흔적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지워지는지는 과정, 날카로운 철조망이 부드러운 선이 되고 자유로운 예술이 되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아트스페이스3> 시리즈는 헥사곤의 새로운 기획시리즈로,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아트스페이스3과 협력하여 하나의 전시를 통째로 책에 담아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돈된 공간에 구성된 하나의 전시를 온전히 기록하여 아카이빙의 기능과 동시에 독자가 전시를 직접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
The fourth book of Hexagon and Art Space3’s Publishing Project is an exhibition of Kang Un. Titled “The Sound of Wind and Traces,” the exhibition answers the artist’s interpretation of the wound that everyone lives with and how to heal and live the memory of their emotions. The artist, who is well known for his work on clouds, describes the sound of wind surrounding him through the sharp barbed wire he faced in the Demilitarized Zone during his military service. The artist also focuses on the process of healing and erasing wounds through its traces, and the process of sharp barbed wire becoming a soft line and free art.
몸의 시간(Vestiges of Time), 162×130.3cm, Oil on canvas, 2019
밤으로부터(From Night), 162×130.3cm, Oil on canvas, 2019
철책 단상(A Thought on Wire Fences), 162×130.3cm, Oil on canvas, 2019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요즘 나의 작업은 추상과 재현의 경계를 넘나든다. 10여 년 간의 작업이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을 잊고 싶어서 그린 것 이었다면 이번 연작은 덮어 두려던 상처의 감정들을 꺼내어 들여다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캔버스에 작은 상처들을 그리고, 긁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덮어 두려던 감정들이 낱낱이 드러나는 불편함과 마주하게 된다. 겹겹이 지우고 덮는 과정은 모든 치유의 과정과 묘하고 닮았다. 그리고 결국 남는 것은 상처의 흔적 같은 추상의 화면과 색이었다. 이렇듯 DMZ의 철조망으로 시작한 화면은 <바람소리>, <상처>, <흔적> 작업으로 연쇄 작용을 일으켰고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마음의 상처와 흔적에서 몸의 그것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몸의 시간>과 <기억된 미래>로 진행되었다.
바슐라르(Bacherlard)는 기억이 구체적인 기간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우리는 기억 속 시간의 파편들을 다시 체험할 수 없으며 단지 불명확한 추상적 시간의 한 연장선에서 그것을 생각할 수 있을 뿐이라 말했다. 나에게 선과 색은 복잡하고 규정할 수 없는 기억과도 같다. 어느 선하나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어느 색 하나 한 이미지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이미지로 그리고 또 다른 이미지로 이동한다. 선과 색은 캔버스 밖의 세계로 나의 기억과 감정을 상기시키는 매개가 된다. 나는 불편하고 대면하기 어려웠던 심리적 상처를 소환하여 작업을 통해 치유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을 위해 움직인 나의 몸과 시간은 어쩌면 시간 밖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던 혼을 달래는 제(祭)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강운 / 작가노트 중에서
서평
작가는 누구나 변화의 시기를 겪는다. 강운은 광활한 들판 위 불어오는 바람 앞에 자신을 홀로 세워 이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그리곤 내면세계에 대한 철저한 자기 들여다보기를 시도하며, 온전한 자기의 길을 정리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치유하지 못한 채 묻어두었던 상처가 돋아나는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더는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내세워 부딪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무의식 속에 잠재한 그 상처의 감정들이 아이러니하게 지금의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깨달으며 작가적 성숙을 겪는다. 때로는 ‘내 안에 있는 나 자신도 모르는 것, 이것이 나를 비로소 만든다’-폴 발레리,<Monsieur Teste>-는 말처럼 자신 안에 자신도 잊고 지냈던 기억들로 인해 비로소 자신을 찾기도 한다. 특히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형언하기 힘든 무언의 압박, 초조, 불안의 감정을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 이 모든 과정은 화가의 숨김없는 솔직함, 진솔한 감정표현을 담은 자유로운 몸짓에서 비롯된다.
예술의 힘은 작가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을 통해 강해진다. 강운은 바람을 통해 마주한 모든 감정을 화폭 위에 순수하게 옮겨 놓았다. 그리고 미술계의 편견이나 시장논리, 작가적 위상이나 현실 안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택했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강운다움’이며,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이번 전시는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 변종필 / 제주현대미술관장, 미술평론가
목차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변종필
The Sound of Wind and Traces|Byun,Jong-Pil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강운
The Sound of Wind and Traces|Kang Un
작가약력
CV
저자소개
강운
바람과 구름과 물을 화폭에 담는 화가 강운은 1966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였다. 1995년 ‘하늘과 소나무가 있는 풍경’(광주 캠브리지갤러리)을 첫 번째 개인전으로, ‘내일의 작가전’(1998, 서울 성곡미술관), ‘물, 공기 그리고 꿈’(2012, 서울 포스코미술관), ‘바람 놀다’(2013, 광주 리채갤러리), ‘무등도원경-언어풍경’(2013, 광주 로터스갤러리), ‘환영과 실재의 사이에서’(2014, 창원 갤러리세송), ‘바람의 흔적’(2015, 광주 메이홀), ‘Play : Pray’(2016, 서울 사비나미술관), ‘Sky, Touch the air’(2017, 프랑수아 리비넥 갤러리, 파리, 프랑스), ‘상처, 치유’(2019, 신세계 갤러리, 부산),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2019, 아트스페이스3) 등 총 18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도서] 강운 / 아트스페이스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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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헥사곤과 아트스페이스3의 출판 프로젝트 네 번째 책, 강운 작가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전시는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상처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그 감정의 기억을 어떻게 치유하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답변입니다. 기존 구름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는 군 복무 시절 비무장지대에서 마주했던 예리한 철조망을 매개로 그를 감싸 흐르는 바람 소리와 그 흔적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지워지는지는 과정, 날카로운 철조망이 부드러운 선이 되고 자유로운 예술이 되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아트스페이스3> 시리즈는 헥사곤의 새로운 기획시리즈로,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아트스페이스3과 협력하여 하나의 전시를 통째로 책에 담아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돈된 공간에 구성된 하나의 전시를 온전히 기록하여 아카이빙의 기능과 동시에 독자가 전시를 직접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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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urth book of Hexagon and Art Space3’s Publishing Project is an exhibition of Kang Un. Titled “The Sound of Wind and Traces,” the exhibition answers the artist’s interpretation of the wound that everyone lives with and how to heal and live the memory of their emotions. The artist, who is well known for his work on clouds, describes the sound of wind surrounding him through the sharp barbed wire he faced in the Demilitarized Zone during his military service. The artist also focuses on the process of healing and erasing wounds through its traces, and the process of sharp barbed wire becoming a soft line and free art.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요즘 나의 작업은 추상과 재현의 경계를 넘나든다. 10여 년 간의 작업이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을 잊고 싶어서 그린 것 이었다면 이번 연작은 덮어 두려던 상처의 감정들을 꺼내어 들여다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캔버스에 작은 상처들을 그리고, 긁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덮어 두려던 감정들이 낱낱이 드러나는 불편함과 마주하게 된다. 겹겹이 지우고 덮는 과정은 모든 치유의 과정과 묘하고 닮았다. 그리고 결국 남는 것은 상처의 흔적 같은 추상의 화면과 색이었다. 이렇듯 DMZ의 철조망으로 시작한 화면은 <바람소리>, <상처>, <흔적> 작업으로 연쇄 작용을 일으켰고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마음의 상처와 흔적에서 몸의 그것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몸의 시간>과 <기억된 미래>로 진행되었다.
바슐라르(Bacherlard)는 기억이 구체적인 기간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우리는 기억 속 시간의 파편들을 다시 체험할 수 없으며 단지 불명확한 추상적 시간의 한 연장선에서 그것을 생각할 수 있을 뿐이라 말했다. 나에게 선과 색은 복잡하고 규정할 수 없는 기억과도 같다. 어느 선하나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어느 색 하나 한 이미지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이미지로 그리고 또 다른 이미지로 이동한다. 선과 색은 캔버스 밖의 세계로 나의 기억과 감정을 상기시키는 매개가 된다. 나는 불편하고 대면하기 어려웠던 심리적 상처를 소환하여 작업을 통해 치유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을 위해 움직인 나의 몸과 시간은 어쩌면 시간 밖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던 혼을 달래는 제(祭)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강운 / 작가노트 중에서
서평
작가는 누구나 변화의 시기를 겪는다. 강운은 광활한 들판 위 불어오는 바람 앞에 자신을 홀로 세워 이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그리곤 내면세계에 대한 철저한 자기 들여다보기를 시도하며, 온전한 자기의 길을 정리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치유하지 못한 채 묻어두었던 상처가 돋아나는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더는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내세워 부딪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무의식 속에 잠재한 그 상처의 감정들이 아이러니하게 지금의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깨달으며 작가적 성숙을 겪는다. 때로는 ‘내 안에 있는 나 자신도 모르는 것, 이것이 나를 비로소 만든다’-폴 발레리,<Monsieur Teste>-는 말처럼 자신 안에 자신도 잊고 지냈던 기억들로 인해 비로소 자신을 찾기도 한다. 특히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형언하기 힘든 무언의 압박, 초조, 불안의 감정을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 이 모든 과정은 화가의 숨김없는 솔직함, 진솔한 감정표현을 담은 자유로운 몸짓에서 비롯된다.
예술의 힘은 작가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을 통해 강해진다. 강운은 바람을 통해 마주한 모든 감정을 화폭 위에 순수하게 옮겨 놓았다. 그리고 미술계의 편견이나 시장논리, 작가적 위상이나 현실 안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택했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강운다움’이며,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이번 전시는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 변종필 / 제주현대미술관장, 미술평론가
목차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변종필
The Sound of Wind and Traces|Byun,Jong-Pil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강운
The Sound of Wind and Traces|Kang Un
작가약력
CV
저자소개
강운
바람과 구름과 물을 화폭에 담는 화가 강운은 1966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였다. 1995년 ‘하늘과 소나무가 있는 풍경’(광주 캠브리지갤러리)을 첫 번째 개인전으로, ‘내일의 작가전’(1998, 서울 성곡미술관), ‘물, 공기 그리고 꿈’(2012, 서울 포스코미술관), ‘바람 놀다’(2013, 광주 리채갤러리), ‘무등도원경-언어풍경’(2013, 광주 로터스갤러리), ‘환영과 실재의 사이에서’(2014, 창원 갤러리세송), ‘바람의 흔적’(2015, 광주 메이홀), ‘Play : Pray’(2016, 서울 사비나미술관), ‘Sky, Touch the air’(2017, 프랑수아 리비넥 갤러리, 파리, 프랑스), ‘상처, 치유’(2019, 신세계 갤러리, 부산), ‘바람소리 그리고 흔적’(2019, 아트스페이스3) 등 총 18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책 미리보기
ISBN : 979-11-8968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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